27일 오후2시25분 무렵 청와대 본관 접견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들어섰다. 자신을 맞이하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던진 첫 마디는 “마이 프렌드(My friend)”였다. 그의 가슴에는 한미 양국 국기가 그려진 배지가 달려 있었다.
잠시 후 입장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매티스 장관은 취임 이후 제일 처음 방문한 나라가 한국이었음을 환기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양국 간의 동맹이 ‘신뢰, 신뢰, 신뢰’라는 세 가지 굉장히 중요한 부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60년 ‘피의 동맹’으로 다져진 한미관계의 굳은 우정과 신뢰가 엿보이는 장면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매티스 장관을 접견하고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 매티스 장관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미는 ‘확장억제 강화’와 ‘외교적 압박·제재’를 가속화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한층 옥죌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조는 오는 11월7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다 구체화된 대북 메시지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의 국방장관께서 한국을 방문해 우리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하시고 남북 간 대치 상황에 직접 눈으로 확인해주신 것이라든지, 근래에 또 미국이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이런 부분들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아주 강한 억지력으로 실효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런 점에 대해 안보 때문에 불안해하는 한국 국민들에게 많은 희망이 돼주고 있다”고 사의를 표했다. 매티스 장관도 “저희 (한미) 동맹이 생겨난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치열한 전투를 통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우리가 굉장히 가까운 동맹인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에서 출발해 이날 새벽 한국에 온 매티스 장관은 송 장관과 함께 오전에 판문점 JSA를 방문했다. UH-60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판문점에 도착한 그는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5m 떨어진 ‘오울렛’ 경계 초소에 올라 북한군 동향을 살폈다. 아울러 “오늘 비무장지대(DMZ) 방문은 남북한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며 “남쪽에는 자유로운 사회의 평화 애호적인 구성원들의 활기찬 민주주의와 번창하는 경제가 있는 반면 북쪽에는 주민의 족쇄를 채우고 자유와 복지, 인간적 존엄성을 부정하며 주변국을 재앙으로 위협하는 억압 체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미동맹은 60년 이상 지속된 동맹으로,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된 관계”라며 “이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뿐 아니라 양국 방어를 위한 굳건한 군사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같은 날 저녁 주한미군전우회와 한미동맹재단 공동 주최로 열린 ‘한미동맹 만찬’에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며 “이 말을 되새기며 여러분과 함께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금언(金言)을 인용해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그는 “한국전쟁 당시 우리의 희생 위에, 자유 수호를 위한 헌신 위에 한미동맹이 만들어졌다”며 “지금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데도 한미동맹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매티스 장관이 직접 군사분계선 근처까지 간 것은 한미의 군사적 대비 태세가 철저하니 함부로 도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권홍우·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