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중견 대회인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이 숱한 기록과 이야기를 남기며 열 번째 가을 골프축제의 막을 내렸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신지애와 김하늘을 비롯해 이정민·김혜윤·이승현 등 화려한 우승자를 배출하며 골프 한류의 배양지 역할을 해왔다. ‘열 돌’을 맞아 처음으로 제주를 찾은 올해는 경기 내용과 개최 코스, 갤러리 문화 등의 측면에서 메이저대회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가지 키워드로 대회를 결산해봤다.
◇화끈했던 ‘기록 풍년’=이번 대회는 첫날부터 기록이 쏟아지며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펼쳐졌다. 기록 파티의 주인공은 이정은(21·토니모리)이었다. 시즌 주요 타이틀을 독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세’ 이정은은 2라운드에서 ‘불꽃타’를 휘둘렀다.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10개를 쓸어담아 9언더파 63타를 때렸다. 이는 이 대회 역대 18홀 최소타 신기록. 종전 기록은 김혜윤(28·비씨카드)이 지난 2015년 경남 거제 드비치CC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마지막 3라운드에서 적어냈던 8언더파 64타였다.
이틀 사이 핀크스 골프클럽의 코스 레코드가 세 차례나 바뀌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먼저 첫날 이효린(20·미래에셋)이 7언더파 65타로 코스 레코드를 작성해 단독선두에 나섰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2라운드에서 김혜선(20·골든블루)이 8언더파 64타로 하루 만에 코스 레코드를 경신했고 불과 몇 분 뒤 이번에는 이정은이 9언더파로 재차 기록을 갈아치웠다.
1·2라운드 동안 환상적인 날씨와 완벽에 가까운 코스 상태, 그리고 오를 대로 오른 선수들의 샷 감각이 맞아떨어지면서 버디 잔치가 펼쳐졌다. 컷 통과 기준이 3언더파 141타로 결정됐는데 이는 역대 세 번째 나온 KLPGA 투어 컷 통과 최소타 타이 기록이다. 이 대회 통산 세 번째 홀인원도 나왔다. 양채린(22·교촌치킨)이 1라운드 5번홀(파3·164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그린에 떨어진 뒤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전에는 이주은(2007년)과 윤슬아(2011년)가 홀인원의 기쁨을 누렸다.
◇눈부셨던 ‘명품 코스’=명승부의 무대가 됐던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GC는 월드 클래스의 프리미엄 골프장이다. 2005년 국내 골프장 최초로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에 뽑혔고 올해 영국 ‘골프매거진’의 세계 100대 골프리조트에도 포함됐다. 유럽프로골프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등의 국내외 굵직한 대회를 치러내 이미 국제적인 토너먼트 코스로 검증되기도 했다.
특히 2010년 SK네트웍스가 인수한 뒤 페어웨이를 양탄자 같은 그린용 잔디인 벤트그래스로 전면 교체하면서 최상의 플레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 코스를 처음 경험한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이승현(26·NH투자증권)은 “보통 경기 중에는 플레이에만 집중하는데 이 코스는 예뻐서 여러 차례 주변을 보게 되더라”며 “공략에는 머리를 써야 하는 정말 정말 좋은 코스”라고 흡족해했다.
◇남달랐던 ‘갤러리 서비스’=이번 대회는 제주도 여자 골프대회로는 ‘역대급’ 갤러리 수를 기록했다. 첫날 1,500명을 시작으로 둘째날 1,912명, 셋째날 2,457명으로 5,869명의 갤러리가 핀크스 골프클럽을 찾았다. 제주도 내 여성 골프대회의 경우 사흘간 내장객이 그동안 1,000~2,000명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황이었다.
대회장에서는 사흘 동안 총 6,000여개의 경품이 행운의 주인공에게 돌아갔다. 입장만 해도 대회 기념 모자와 우산을 받을 수 있었고, 특히 갤러리 참여 이벤트에는 600만원이 넘는 핀크스GC 주중 10팀 그린피 무료이용권 3장, 핀크스 내 최고급 숙박시설인 포도호텔과 디아넥스호텔 무료숙박권 등 ‘역대급’ 경품이 걸렸다. 어린이 대상 미니 골프대회와 선수 팬사인회, 골프대회 갤러리 플라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던 첨단장비 트랙맨을 이용한 스윙 분석과 클리닉도 진행돼 골프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