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정부의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며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콘텐츠 제한 조치)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파라다이스(034230) 주가가 오랜 부진에서 탈피하고 있다. 코스피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코스닥주에 상승 온기가 전해지지 못한 사이 파라다이스는 10월 들어 기관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 코스닥 종목 중 기관 매수 1위에 오르는 등 수급이 이어진 파라다이스는 10월 한 달 동안만 3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중국인 VIP 드롭액(게임칩 환전금액)이 빠르게 회복돼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며 서둘러 눈높이를 조정하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라다이스는 이달 들어 32.67%(4,950원) 상승하며 2만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파라다이스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50%(100원) 내렸지만 장 중 한때 2만9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7~9월만 해도 1만3,000~1만5,000원대에 머물던 파라다이스의 주가는 최근 기관의 순매수에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10월(30일 기준)에만 파라다이스를 823억원 순매수하며 전체 코스닥 종목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같은 기간 기관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순매수한 CJ E&M의 경우 484억원으로 규모가 절반가량에 그쳤다. 이는 현대차(800억원)나 코스맥스(791억원), 한국콜마(646억원) 등 웬만한 코스피 종목도 웃도는 수치다.
기관이 파라다이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한한령 완화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으로 풀이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악화됐던 한중 관계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서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2월 중국의 한국행 비행기 증편으로 가장 빠르게 사드 규제 완화에 대한 시그널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행 비행기 증편은 규제 완화 해소의 시작으로 이를 통해 파라다이스의 중국인 VIP 드롭액이 가파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인 VIP들이 한국에 오지 않는 것은 소비 여력이나 비자 발급 등의 문제가 아니라 고액 자산가일수록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기 때문인 만큼 한한령 해소는 VIP 드롭액의 회복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2·4분기 18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파라다이스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유성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가 40억원 내외의 적자를 기록해 지난 분기 대비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올해 4·4분기부터는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해 파라다이스 전체의 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이후 일본인 방문객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동남아 등 기타 고객도 증가하는 만큼 내년도 외국인 카지노 시장에 대해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파라다이스의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853.2%나 상승했다. 이 같은 기대감에 최근 한 달간 하나금융투자 등 6곳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