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뉴스로 보는 '쏙쏙 시사'] 스튜어드십 코드 "사회적 책임 확대" vs "기업 간섭"





“최근 투자자들은 환경, 사회적 책임 등 미래의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추세입니다.” 한 글로벌 운용사의 펀드 매니저가 밝힌 말입니다.

4차산업혁명 펀드·해외투자 펀드가 테마로 부상한 올해 시장에서 ‘착한 투자’라고 불리는 사회책임투자 펀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사회적 가치가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급물살을 탔기 때문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경영참여를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가이드입니다. 재산을 관리하거나 집안 일을 맡아보는 집사(스튜어드)처럼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하고 투자자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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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이 가장 먼저 도입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기업의 잘못을 견제하지 못한 기관투자가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현재 네덜란드, 캐나다 등 10여개 국가가 운용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이 상장사 자기자본이익률을 개선시키기 위해 2014년 도입했습니다. 국내서는 증시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내년초 스튜어드십 코드 입법을 추진하고 있고,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금융 등 주요 금융사들도 잇따라 도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분위기가 형성되며 지속가능 투자·사회책임 투자에 대한 증권가와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사들은 ESG(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내놓았고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도 20여개가 출시됐습니다. 여기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주주환원 기대감으로 배당성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배당주나 배당주 펀드의 매력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사결정 참여가 이익 확대 등 기업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주주가치를 높여준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기관들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로 기업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늘어나며 증시가 20년 장기 박스권을 벗어났습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실효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입니다. 일본 기업의 본질적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고, 영국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300곳 중 실제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곳은 10%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목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재벌의 지배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목적이 크다는 것이죠. 기관의 기업 경영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우리 경제·사회에 순기능을 할지 아니면 역기능만 보일지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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