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연합뉴스대구 수성구 A 아파트는 최근 입주자 투표를 통해 2018년 1월부터 경비원을 현재 인원에서 절반까지 줄이기로 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월급이 올라 세대별 관리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구 북구 소재 B 아파트는 지난 9월부터 경비원 수를 점차 줄이고 있다. 아파트는 대표자 회의를 통해 경비원 월급이 올라도 관리비를 현 상태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경비원 수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B 아파트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인원을 조정하면 혼란이 올 수 있어 오는 12월까지 차츰 줄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저 시급 인상으로 인해 경비원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2018년 최저 시급은 7,530원으로 올해 기준 6,470원보다 16.4% 오른다. 역대 최대 인상폭을 기록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정당한 노동 대가를 받는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일자리 감축 현상이 나타나자 경비원들은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 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 A씨는 “당장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항상 불안하다”면서 “갑자기 월급이 끊기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경비원 B씨는 “시급이 오른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됐다”면서 “우리 같은 경비원은 기술도 없어 일자리를 잃으면 생계가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경비원을 돕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성구 C 아파트 승강기에는 “주민이 매월 관리비 2,300원만 더 내면 경비원을 현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면서 “열심히 일하는 경비원 사정을 고려해 감축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글이 붙었다.
지난 8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대구 시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경비원 감축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문을 보냈다. 1,020여개 아파트 단지를 조사해 경비원 대량실직에 대비하겠다고 전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