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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현재를 살게 하는 힘 첫사랑...엽기적 제목마저 덮는 감동







남자에게 첫사랑은 영원한 화두다. 설렘, 부끄러움, 원망, 그리움, 안타까움 등 갖가지 감정이 이입돼 어느 순간에는 동화였다가, 연애소설이었다가, 그저 일기장 몇 페이지를 채운 흔적 등으로 변형된다 해도 어쨌거나 그 기억은 ‘끝까지 간다’라는 것이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감독 츠키카와 쇼)는 바로 그런 영화다.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너무 생생한 이십 대 초반도 아니고, 가물가물해서 제멋대로 각색해 자신만의 판타지를 만들어 놓는 중년도 아닌 결혼 적령기인 이십 대 후반의 주인공 남자가 전하는 첫사랑은 자신의 생생한 성장담이자 삶의 ‘작은 지표’와도 같다.

지난해 출판돼 누적판매량 250만 부를 기록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학급에서 스스로 외톨이로 지냈던 소년 시가(키타무라 타쿠미)가 선생님이 돼 도서관 정리일을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 모교에서 근무 중인 시가에게 도서관은 첫사랑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와의 추억의 장소로 둘의 사랑을 간직한 곳이다. 시가는 학급에서 가장 인기 많은 소녀 사쿠라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된다. 사쿠라의 비밀이란 것은 암을 앓고 있고 곧 생을 마감한다는 것. 사쿠라의 이 비밀을 아는 이는 사쿠라 자신과 가족뿐이며,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사쿠라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 낸다. 그리고 사쿠라는 시가와 가까워지려 하고, 오직 자기 자신에만 집중하고 홀로 지내는 시가는 이런 사쿠라가 부담스럽기만 하지만 서서히 사랑에 물들어간다. 그리고 현재는 삶의 의욕도 없고 선생님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시가는 첫사랑 사쿠라가에 대한 기억을 하나둘 떠올리며 삶에 대한 의욕을 조금씩 회복한다.


영화는 시가와 사쿠라가 서서히 가까워지듯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죽음을 앞둔 이의 열정이 느껴지는 도발적인 행동은 첫사랑 특유의 경쾌함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사쿠라는 시가에게 “넌 나를 ‘여친’ 삼을 생각 없지?”라며 당돌하게 들이대는가 하면 여행을 가자고 느닷없는 제안을 한다. 여행 중에 사쿠라는 방을 한 개만 잡는 계략(?)을 짜고, ‘연인 아닌 남자애랑 해서는 안 될 짓 하기’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라며 시가를 당황하게 만든다. 또 사쿠라의 죽음을 둘러싼 반전은 영화에 드마틱한 리듬을 만들어 내는 한편 죽는 순간까지도 헛된 삶이란 없다는 메시지는 전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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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봉 확정 이후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제목으로 거부감이 상당했던 이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면서 호평을 받았다.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함으로 풋풋한 첫사랑에 관한 기억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풀어내며 애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데다 엽기적인 제목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이 그 어떤 말보다 절절한 고백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이 영화는 1일 현재 누적관객 23만8,481명을 모으며 다양성 영화 박스 오피스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사진제공=NEW(160550)·미디어캐슬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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