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과 개혁입법 처리 협조를 위해 취임 후 두 번째로 국회를 찾은 1일, 최근의 대치상황을 반영하듯 여야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20번이 넘는 박수를 보내며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적극 공감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부 여당에 대한 항의 표시로 근조 리본을 달고 항의 현수막까지 펼쳐 보였다. 다만 문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 야당과 인사하는 과정에서 현수막을 든 한국당 의원들과 멋쩍게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9시36분께 국회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의장단, 여야 5당 대표단과 만나 20여분간 차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그동안 청와대 초청행사에 불참해온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늘은 오셨네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홍 대표는 “여기는 국회니까요”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차담회 자리에서 홍 대표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대표는 지난 6월 추경연설 당시 차담회에 불참한 데 이어 7월과 9월 청와대 초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거시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은 것 같다”며 “고용이 좋아지면 경기 상승세도 유지될 수 있는 만큼 예산과 입법에 정부와 국회가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는 한중관계 개선이나 민생회복 과제 등을 언급하며 덕담을 이어갔지만 야당 대표들은 보다 적극적인 협치 주문과 함께 정부 여당의 내년 예산안과 입법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온도차를 보였다.
이후 35분간 진행된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동안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20차례 이상의 박수가 쏟아졌다. 반면 근조 리본을 단 한국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공영방송 장악음모 밝혀라’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일어서며 항의 표시를 나타냈다. 연설을 끝마친 문 대통령은 본회의장을 돌며 인사하던 중 한국당 의원들에게도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이에 김도읍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은 한 손으로 현수막을 든 채 다른 손으로 악수에 응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입었던 양복과 같은 색상의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초심을 잊지 않고 국정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정연설은 6월 추경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그래프와 사진을 동원한 프레젠테이션(PT)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설 도중 전광판에는 촛불집회가 열리던 광화문광장의 사진이 등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