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에너지가 31일 이사회를 열고 2020년까지 SK울산콤플렉스에 약 1조원을 투자해 VRDS(감압 잔사유 탈황설비) 신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VRDS의 일 생산량 규모는 4만 배럴이다. VRDS는 감압 잔사유(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 중 감압증류 처리된 일종의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경질유와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를 말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1월부터 실시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황함량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IMO는 지난해 전세계 선박 연료유 황 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석유제품은 황함량이 낮을수록 친환경 제품으로 평가된다. 육상 운송용 경유의 경우 황함량 기준이 0.001%인데, 선박 연료유는 3.5%를 적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SK이노베이션은 탈황설비 신설을 통해 저유황 선박 연료유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저유황 선박 연료유는 글로벌 물량부족과 이로 인한 가격상승이 예상된다.
아울러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을 다각화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스팔트, 고유황 연료유로 쓰이는 저가의 감압 잔사유는 글로벌 환경 규제로 수요와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며 “이를 탈황설비를 통해 저유황 연료유, 디젤, 나프타 등의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해 생산하고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연계 공정인 윤활기유 공정 원료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져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 원유 도입도 가능해져 원유 다변화 정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딥 체인지 2.0의 강력한 실행을 위해 회사 주요 기반인 석유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며 “설비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