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근거지를 잃고 세력이 쪼그라든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추종세력이 핼러윈에 맞춰 미국 뉴욕 심장부에서 테러를 저질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본토에서 일어난 첫 테러로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핼러윈을 피로 물들인 테러=미국 주요 명절인 핼러윈을 맞아 축제 분위기로 들뜬 뉴욕 로어맨해튼은 10월31일 오후3시5분(현지시각)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소형 픽업트럭이 자전거도로로 돌진하면서 행인 수십명을 차례로 치어 최소 8명이 목숨을 잃었고 10여명이 부상했다. 사건 현장은 지난 2001년 9·11테러가 발생했던 월드트레이드센터(WTC)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이다.
미 언론들은 범행 차량에서 IS의 이름으로 공격을 감행했다는 아랍어 쪽지가 발견됐고 범인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이번 테러가 IS와 연계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이 이른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단독범행인지 외부 테러단체와 연계된 조직적 범행인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반이민정책 드라이브 재시동=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곧바로 검거된 범인의 신원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9세 사이풀로 사이포브로 확인됐다. 2010년 미국에 건너온 뒤 합법적인 영구거주를 허용하는 영주권(그린카드)을 소지했으며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첫 테러가 IS에 경도된 이민자의 소행으로 드러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미 국토안보부에 입국심사 강화를 지시했다. 다음날인 11월1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무작위 추첨으로 영주권을 부여하는) 비자추첨제(Diversity Visa Lottery Program)를 통해 테러리스트가 미국으로 들어왔다”고 비판하며 성과기반(Merit-based) 이민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법원과 야당의 제동으로 주춤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 추진에도 다시 드라이브가 걸린 것이다.
◇궁지 몰린 IS 몸부림에 커지는 공포=이른바 ‘소프트타깃’을 향해 트럭이 돌진하는 테러의 무대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지면서 미국인들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잇단 패퇴로 중동 근거지를 잃은 IS는 5월 추종자들에게 차량·칼 등 일상적 무기로 테러를 저지르라는 선전 동영상을 배포하며 뉴욕 맨해튼, 워싱턴DC 등 미국 주요 도시를 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은 유럽보다 차량임대 서비스가 잘 발달돼 있어 유사한 수법의 테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뉴욕 경찰에 따르면 이날 테러에 사용된 픽업트럭은 건축자재, 인테리어 용품 판매업체 ‘홈디포’에서 빌린 것으로 보증금 50달러만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한편 IS는 이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단지에서도 자폭테러를 저질러 최소 8명의 사망자를 냈다. IS는 선전매체인 아마크통신을 통해 “카불 시내 와지르 아크바르 칸에서 폭탄조끼를 사용해 공격했다”고 밝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