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우룡(74) 당시 이사장에게 방송 제작 및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할 것을 요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최근 국정원 관계자들로부터 “국정원 MBC 담당관이 김 전 이사장에게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등 각종 문건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소위 ‘MBC 정상화 문건’으로 불리는 이 문서는 김재철 MBC 전 사장 취임 직후인 2010년 3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작성됐으며 정부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중단, 기자·PD·출연자 퇴출 등 방송 제작·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로 MBC에서는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기자·PD들이 해고되거나 기존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부서로 전보되는 등 사태가 벌어졌다.
검찰은 당시 경영진뿐 아니라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 구성원들이 국정원과 유착했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국정원이 방송 제작에 간섭하는 과정에서 방문진 구성원과 MBC 경영진이 공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전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소환조사에서 국정원 담당관에게 각종 문건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정상화 문건’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PD 출신으로 대학교수를 지낸 김 전 이사장은 2009년 8월∼2010년 3월 방문진 이사장을 지냈다. 당시 방문진은 엄기영 사장을 무리하게 해임하고 김재철 전 사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며 강한 비판을 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2010년 신동아 4월호와 한 인터뷰에서 ‘김재철 MBC 사장이 큰 집(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를 맞고 깨진 뒤 (사내 인사에서) 좌파를 정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결국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임우철 인턴기자 dncjf845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