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공공 부문 비정규직 31만6,000여명의 65%에 달하는 20만5,000여명을 오는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기간별로는 올해 말까지 7만4,000명을 시작으로 기간제는 내년 초까지, 파견·용역은 2020년 초까지 단계적으로 전환을 완료하기로 했다. 정규직 전환 찬성 측은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환계획이 진전된 노동정책이며 재정 투입, 민간 부문 역차별 등 전환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 만큼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급격히 전환할 경우 공공 부문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규채용 축소, 공기업 경영악화, 국가부채 가중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정규직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다면 그 누가 반대할까. 그러나 시장과 기업이 모두를 수용할 수 없다. 모두를 정규직으로 완전고용하기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15세 이상 인구(65세 이상 인구도 포함) 중 취업한 사람의 비율인 고용률은 약 60%다. 나머지 40%는 비고용 상태다. 정부가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아래 네 가지 이유로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
첫째, 노동시장에 탄력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동법에서 기업이 근로자를 한 번 채용하면 아주 절박한 사유가 아니면 해고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매우 신중하게 정규직을 채용해왔다. 반면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달리 근로기간과 인원이 예측되기에 기업이 탄력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 비정규직이 양성화되고 많이 채용된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노동자의 대거 실업이 원인이었다. 당시 한보그룹·기아차·제일은행·외환은행 등 수많은 기업의 부도 등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많이 해고됐다. 당시 정부는 대규모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의 상황에 맞게 고용과 해고가 비교적 쉬운 비정규직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현재 비고용 상태인 40%가 현재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이미 취업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공공 부문에서는 향후 채용계획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즉 생겨야 할 자리가 없어지면서 노동의 경직성이 발생한다. 신규 일자리를 찾아 준비해온 많은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투자되는 해외직접투자(FDI) 유출이 유입보다 세 배 많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투자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노동의 경직성 때문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
둘째, 재원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교부세와 국가 예산 등으로 지원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법과 지원예산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현재보다 매우 높은 약 90% 수준에 이른다. 공기업의 부채는 정부가 보증을 선 것이기에 넓은 의미에서는 국가부채에 포함돼야 한다.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공공 부문에 대한 국가 예산 지원은 국가부채를 늘리게 된다. 즉 국가 재정 건전성이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와 베네수엘라 등이 좋은 사례다.
셋째, 시장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덩샤오핑은 중국 인민 13억명을 먹여 살리는 방법을 물었다. 하이에크는 “시장경제를 도입하라”고 말했다. 중국은 통치체제는 공산주의이지만 경제체제는 시장경제다. 이처럼 시장경제 도입으로 중국은 현재 미국 다음으로 경제 강국이 됐다. 덧붙여 설명하면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정부의 도움으로 이번에 정규직화가 된다면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어렵게 들어온 직원과의 차별성이 없어진다. 공정성이 문제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반대했다. 수년 동안 시험을 준비해 교사가 된 사람과 기간제교사와의 차별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대학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개정하면서 많은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그 이유는 과거에는 강사들이 여러 대학을 다니면서 강의했었다. 지금은 정부의 법 개정추진으로 채용된 강사 한 명은 강의전담 교수가 돼 매우 좋지만 나머지 여러 명의 강사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대학강사들은 정부가 개입하면서 오히려 부작용만 늘었다고 하소연한다. 과거처럼 시장에 맡겨 두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기업은 근로자가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고용을 확대한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비정규직이 없다. 그 이유는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정부가 선진국처럼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시장에 맡겨둔다면 비정규직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넷째, 공기업의 경영악화가 우려된다.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부채비율이 매우 높다. 많은 공기업들이 부채증가로 민간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영이 어렵다. 정부는 민간기업에는 부채비율을 약 70% 이하로 요구하고 있다. 공기업은 경쟁력과 효율성에서 민간기업에 비해 매우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공공 부문의 경영악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이러한 네 가지 이유로 정규직 전환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