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퇴 일파만파] 정부 지분 추가 매각 '빨간불'...지주사 전환도 재검토 불가피

차기 행장에 신상훈, 이동건, 김승규, 손태승 등 거론



민영화 1주년을 앞두고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2일 전격 사퇴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우리은행의 정부 지분 추가 매각과 지주사 전환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새 은행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하고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 등이 예고돼 있어 현안들이 상당히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지금까지 정부 지분 매각을 통해 민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행장 역시 최근 거취 논란이 일자 “지주사 전환 숙제를 마무리하고 싶을 뿐 차기 도전엔 뜻이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 행장의 부재는 정부 지분 추가 매각이나 금융지주 전환 작업에도 상당한 차질을 예고하고 있다. 이 행장은 올해 초 연임과 함께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 18.78% 매각과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지난해 11월 15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내년 중 기업공개(IPO)를 통해 은행과 우리카드·우리종합금융·우리에프아이에스 등 8개 계열사 구조로 이뤄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실제 이날 이 행장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민영화는 이뤘지만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 행장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글로벌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연내 네트워크 기준 전 세계 은행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정했다.


그러나 새 행장이 선출되면 내부 쇄신에 당분간 주력할 수밖에 없어 은행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지주사 전환과 정부 잔여지분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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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장의 사임으로 후임 은행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결정인 만큼 은행장 부재에 따른 비상계획이 발동해야 하지만 상법 제386조에 따라 후임자 선임 때까지 이 행장은 직무를 유지하게 된다. 은행장 부재 시 직무대행을 맡을 상임이사 2명 중 1명은 이 행장 본인이고 나머지 한 명은 오정식 상근감사위원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이사회는 이날 긴급 간담회를 열고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후임 은행장 선임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사외이사들은 수일 내 다시 모여 임추위를 연 뒤 후임 행장을 뽑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잡기로 합의했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2명,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5명,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임이사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5명의 이사진이 새 은행장 후보를 결정할 임추위 구성원이다.

임추위 관계자는 “지금의 사태를 조기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이 차기 행장이 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아무래도 내부인사 중 선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임추위는 차기 행장 후보 자격을 ‘최근 5년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전·현직 부행장급(지주는 부사장급) 임원과 계열사 대표이사’로 정한 바 있어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지가 관심이다. 내부 인사로는 이 행장 연임 당시 함께 최종 후보군에 올랐던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 부사장과 현재 서열이 가장 높은 손태승 글로벌부문장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내부 출신이 됐을 경우 또다시 계파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외부의 경우 신한은행장을 지내고 현재 우리은행 이사회 멤버인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거론된다. 하지만 신한은행장을 지내 다시 우리은행장을 맡기에는 “급이 맞지 않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정치권 등에서 이 행장에 대해 전 정권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아 계속해서 흔들기 작업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여권과 과거 참여정부와 연줄이 닿는 은행 경력과 무관한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우리은행이 민영화되기는 했으나 아직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 등 내부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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