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구조적인 이해상충 문제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펀드 출자자의 이익 배분부터 펀드매니저의 성과보수 배분까지 법적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투자 방법이 다양해지는 만큼 이익 분배에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부(012030)익스프레스 매각 차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투자자 간 갈등으로 프라이빗에쿼티(PE) 운용사인 KTB PE 컨소시엄과 동부건설은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며 연내 법원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갈등의 원인은 동부건설의 법정관리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다. KTB PE와 큐캐피탈은 지난 2014년 프로젝트펀드(PEF)를 결성해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3,1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동부건설이 후순위 출자로 500억원을, KTB PE와 큐캐피탈이 각각 150억원, 50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올해 2월 동원그룹에 4,162억원에 매각되며 1,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KTB PE는 운용 성과 보수 등으로 약 100억원을 챙겼다. 문제는 KTB PE 컨소시엄이 동부건설에 이익분배금 지급을 거절하며 시작됐다. KTB 측은 펀드 정관에 ‘출자자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을 경우 사원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원금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동부건설이 2014년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만큼 200억원의 이익금을 줄 수 없다는 논리다. 동부건설은 이에 대해 “정관의 사항은 블라인드 PEF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며 후순위 채권에 대한 부존재 소송을 냈다. 그러나 KTB PE 관계자는 “동부그룹 차원의 지원 등 의무를 다하지 않는 부분들은 모두 배제한 채 일부 유리한 부분만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PEF 정관의 문제는 앞서 미래에셋 PE가 투자한 아쿠쉬네트의 성과보수 갈등에도 나타났다. 정관에 명시한 ‘내부수익률(IRR)이 8%를 넘길 경우 추가 수익의 20%를, 그중 30%를 PE 대표 등 핵심운용역 3명과 관리인력에게 배분한다’는 조항에 따라 약 200억원 수준의 성과보수가 핵심운용역 세 명에게 배정됐지만 미래에셋이 그동안 투자 실패 이력을 이유로 거절하며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이후 미래에셋 PE는 직원들의 소송을 우려해 정관 자체를 변경, 성과보수 상한선을 마련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관 해석이 불분명해 벌어지는 갈등들은 PE 업계가 성숙해져 가는 일종의 시행착오로 보이지만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