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 등 정부의 잇단 규제로 서울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주요 강남 재건축 시장은 호가가 급등하고 일부 거래도 이뤄지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전반적으로 거래가 뜸하기는 하지만 물량이 나오기 무섭게 팔리는 등 대기 수요가 풍부해 당분간 강남 재건축 시장은 강보합세를 보이며 나 홀로 활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입주민 투표를 통해 35층으로 재건축을 확정 지은 은마아파트의 전용 76㎡(31평) 호가는 한 달 전 13억8,000만원에서 현재 14억2,000만원까지 올랐으며 지난달 말 14억2,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용 84㎡(34평) 호가도 같은 기간 15억5,000만원 안팎에서 16억원까지5,000만원가량 뛰었다.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15억7,000만~15억8,000만원 수준의 매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은마아파트의 호가가 급등하는 것은 지난달 말 최고 35층 재건축안을 선택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치동 K공인중개사 대표는 “지지부진하던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35층으로 확정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돼 대기하고 있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아직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계속 가격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근 미도아파트 34평 호가가 16억5,000만원까지 나왔는데 은마 34평과 약 5,000만원 차이면 둘 사이의 갭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은마가 많이 치고 올라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50층으로 재건축을 확정 지은 잠실 주공5단지도 정부의 잇따른 규제 정책에도 강보합세를 보이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전용면적 76㎡의 경우 15억8,000만~16억2,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으며 지난달 16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9월 재건축 50층 계획안이 사실상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서 전용 76㎡의 경우 16억원을 돌파했는데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에도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잠실동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가격은 계속해서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호가 상승폭이 예전보다 못하기는 하지만 미래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꾸준해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라 불리는 압구정 아파트도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구현대 1차 전용 163㎡(53평)가 최근 31억원에 거래됐다. 8·2 대책 직전 거래됐던 30억원을 뛰어넘는 가격이다. 구현대 115㎡(35평)의 경우도 호가가 8·2 대책 당시 대비 1억~1억5,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압구정 인근 D 공인중개사 대표는 “재건축 시세는 다 연동이 되기 때문에 은마아파트가 오르자 압구정도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라며 “조합원 양도 지위 제한을 받는 다른 재건축 단지와 달리 압구정은 아직 매매가 자유롭기 때문에 현금 부자들이 몰리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압박 등 잇따른 정부의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기 수요가 풍부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당분간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팀장은 “큰손들은 강남 재건축 시장은 어떠한 규제 정책이 나온다고 해도 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정부의 대출 규제로 거래가 급격하게 늘지는 않겠지만 구매력이 있는 매수자들과 가격을 높여서 팔려는 매도자들 사이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며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위원도 “다주택자들이 매도 물량을 내놓더라도 가격을 급격하게 내리면서까지 강남 재건축 물량을 급매로 내놓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기보다는 강보합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이완기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