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달 매출 맞먹는데 흡연실 설치 막막해요"

[금연구역 지정 한달 앞둔 당구장·스크린골프장선]

공간 비좁은 소규모 당구장은

흡연부스 설치 사실상 불가능

금연업소로 운영해야할 판

스크린골프장 업주들도

"단골 떨어질까 걱정" 불만



“흡연부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공간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한 달 매출과 맞먹는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당구장·스크린골프장에 대한 금연구역 시행을 한 달 앞둔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당구장은 손님들이 내뿜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이들은 한 손에 큐대를,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당장 다음달부터 당구장 안에서는 금연이지만 이를 알리는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흡연부스를 설치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업주 김모씨는 “무리해서 흡연실을 설치하더라도 매출이 떨어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금연구역 지정에 따른 매출 감소를 우려했다.

일부 소규모 업소는 흡연부스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해 금연업소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영등포구의 한 당구장 업주는 “흡연부스를 설치하지 않으면 금연업소로 운영해야 하는데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당구장에 손님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오는 12월3일부터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해당 업주 역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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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중년 남성들이 찾는 스크린골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강남구의 한 업주는 “술 마시며 담배를 피는 단골들이 대부분”이라며 “사업주가 처벌받으니 흡연을 막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러다 단골들이 떨어질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사비용에 부담을 느낀 업주들이 외부와 연결되는 발코니 공간을 확보해 흡연단속에 대비한 곳들도 있었다.

당구장이나 스크린골프장에서 만난 흡연자들 역시 대부분 불만을 드러냈다. 마지막 남은 흡연공간마저 빼앗겨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강남의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만난 박모씨는 “흡연자를 마치 범죄자 취급하는 느낌이 든다”며 “스크린골프장 같은 영업장에서는 흡연자의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구장에 오지 않겠다는 흡연자도 있었다. 일주일에 2~3회 당구장을 찾는다는 한모씨는 “담배를 편하게 피우려고 당구장에 오는 게 낙이었는데 게임 중간에 담배를 피우러 왔다 갔다 하기도 불편하고 차라리 당구를 끊겠다”고 말했다.

반면 흡연자 이모씨는 “이미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음식점을 감안할 때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깨끗한 공기에서 레저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성욱·이두형·박우인기자 secret@sedaily.com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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