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토요워치] 1인 미디어, 권력과 通하다

유명 정치·기업인 SNS 적극 활용

트럼프 '트윗 한줄'엔 세계가 들썩

유튜브 등선 스타 BJ 출현 잇따라

대중성·쌍방향·실시간 소통 앞세워

사회 관계망 넘은 新권력으로 부상

공신력 논란·자율권 침해는 딜레마



미국 동부시각으로 새벽5시. 아직 먼동이 트기도 전부터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정부 및 미디어 관계자들이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락거리며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형 블로그 형태의 개인 SNS인 트위터에 올리는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기’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꼭두새벽부터 ‘폭풍 트윗’을 날리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 세계로 발신해왔다. 그의 북핵 구상은 물론 이민·국경·무역 등 온갖 정책과 전략이 백악관의 브리핑룸이 아닌 트윗에서 나온다. 때로 알 수 없는 맥락과 원색적인 단어로 가득 찬 미국 최고지도자의 짤막한 ‘혼잣말’은 어느덧 뉴욕타임스(NYT)나 CNN을 능가하는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는 사회적 관계망 형태의 SNS인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이 ‘1인 미디어’로서 기존 대중매체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나타내며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2000년대 ‘파워블로거’의 부상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한 1인 미디어 시장이 SNS를 넘어 유튜브·아프리카TV·카카오TV 등 1인 방송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기존 매스미디어를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 인구 세 명 중 한 명이 사용할 정도로 대중화된 SNS는 인터넷망을 타고 실시간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선두매체로 부상하면서 더 이상 ‘비주류’로 치부할 수 없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기존의 방송 대신 자신이 원하는 채널을 선택해 소비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특화된 정보를 생방송으로 전하며 인터넷 채팅으로 실시간 소통 기능까지 더한 1인 방송은 새로운 문화산업의 장을 열고 있다. 게임부터 유아놀이·먹방·뷰티·토크·요리 등의 콘텐츠를 동영상 채널을 통해 발신하는 ‘크리에이터(BJ)’들은 1인 미디어 전성시대의 주역으로서 하루아침에 막대한 인기와 부를 누리는 ‘스타’로 부상했으며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감지한 대기업들은 1인 방송을 지원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를 잇달아 설립하며 1인 미디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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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개인 미디어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요인으로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스마트폰의 보급이라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1인 미디어에 열광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이 기존 매스미디어가 지닌 ‘대중성’과 뉴미디어의 특징인 ‘쌍방향성’ 및 ‘실시간성’, 점차 다변화하는 수요에 부응하는 독창성과 전문성 등 미디어에 새롭게 요구되는 기능을 선도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스타급 PD는 “‘덕후’가 열정을 갖고 만드는 완성도를 일반인이 절대 따라갈 수 없다”며 “방송국이 다 망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혁신의 아이콘’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래 혁신과 관련된 철학이나 회사 전략을 언론매체 기자회견 대신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 세계에 알리는 것 역시 한 단계 걸러진 뉴스보다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에 대중이 더 열광하기 때문이다.

다만 1인 미디어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특성상 갖게 되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 기존 미디어가 갖춘 공신력을 갖추기 어렵다. 개인의 자가검열 외에 이렇다 할 검증 방법이 없고 사후검증 역시 힘들기 때문이다. 1인 미디어 채널을 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가짜뉴스가 난무하면서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현상은 세계 각국에서 문제시되고 있다. 그렇다고 검열 기능을 확대할 경우 개인의 자유권 침해라는 딜레마에 부딪힌다. 여기에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소수 대기업들이 전 세계인과 국가를 상대로 정보를 독점하게 된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김균 서강대 교수는 “올해 SNS는 특정 세력이 설파한 가짜뉴스로 미얀마 로힝야족의 인종청소를 주도하고 한국 및 미국 대선에 각각 개입하는 부작용을 드러냈지만 고향을 떠난 중동 난민들의 생존 확인과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미 허리케인 당시 신고 기능 등으로 주목받기도 했다”며 “개인이 곧 미디어가 되는 시대적 변화는 결국 성숙한 사용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취사선택해 힘을 실어줄 때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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