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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모멸의 조선사] '조선의 피지배자' 민초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조윤민 지음, 글항아리 펴냄





조선은 삼강오륜이라는 도리를 내세워 엄격한 윤리사회를 천명하고자 했지만, 동시에 기생의 재능과 성을 나라에서 관리하고 이용하는 이중성을 보여줬다. 기생을 없애자는 논의는 조선 초기부터 있었지만, 그때마다 무산됐다. 기생은 양반 관료이면 마음대로 취해도 되는 만큼 양반층 여성의 정절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생은 양반 남성 중심의 지배 질서 강화를 위한 도구이자 방편이었다.


이 책은 조선 백성을 직업과 역할에 따라 농부·어부·장인·광부·상인·도시노동자·광대·기생·백정·노비의 열 부류로 나눠 순종과 적응, 선망과 상승, 기피와 저항이라는 세 가지 틀로 분석했다. 사회 유지와 발전에서 이들이 한 역할과 그에 따른 고통이 무엇인지 드러냈다. 저자는 조선사회를 유지하고 이끌어간 동력은 지배층의 통치와 이에 대응한 피지배층의 순응과 저항의 역동성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피지배층이 지배의 전략과 통치에 거스르며 사회질서에 조금씩 균열을 내면, 지배층은 통치전략과 방식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정치·경제·사회의 발전이 생겨났고 조선사회는 한단계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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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가 일방적으로 그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명령과 지배의 몸짓 자체가 피지배자의 예상되는 반응 등을 검토한 뒤 나온 행위다. 결국 권력은 개인이나 한 집단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힘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사이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유동적인 영향력일 뿐이다. 각 장의 첫 절은 사료에 근거해 피지배층의 삶을 소설 양식으로 기술해 생동감을 높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신분제와 정치권력의 폭압이 조선시대에 유독 심했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신분제도, 폭압과 수탈은 당시 전 세계에서 일반적인 사회체제였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지난 시간인 조선사회의 어둠과 허물, 그리고 슬픔에 시선을 던져보려 할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권력에 복종했고 아부했고 시기했고 선망했고 반항했다. 그들은 조선의 피지배자 민(民)이다. 1만8,0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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