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월새 뚝딱 불가능...연내 밑그림·의지 보이라는 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현대차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연말까지 변화하겠다는 시그널(신호)만 주면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지난 9월 “현대차의 빅 리스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오는 12월을 1차 데드라인으로 정해준 것에 대한 진의가 ‘지배구조 개편’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밑그림과 의지’를 보여달라는 것이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복잡한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이 몇 개월 사이 뚝딱 나오겠느냐. 그 정도는 나도 안다”고 발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의 배경은 현대차가 처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드(THAAD) 보복의 여파에서 이제 막 회복하는 단계인데다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문제 등의 난국을 헤쳐나가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지배구조를 당장 변화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일하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수개월 만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김 위원장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2일 5대 그룹 대표들과 만난 후 이뤄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김 위원장이 “새 정부 출범 6개월 내에 개혁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라고 하는 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에 변화의 결과가 아니라 변화하고 있다는 의지만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간을 많이 줄 수는 없다”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에 현대차도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고리를 끊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행동에 당장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려는 정부 방침에 호응하는 움직임은 가능해 보인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현대글로비스나 이노션 등 총수 일가의 보유지분(29.9%)을 더 낮추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강광우·강도원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