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新남방정책에 거는 기대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G2, 印·太지역 패권경쟁 돌입

한반도 역시 영향권 아래 있어

인프라 지원 등 협력 도모하며

북방정책과 연계 효과 노려야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8~15일 집권 이후 첫 동남아 순방에 나선다. 이 기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양자·다자 정상외교를 펼친다. APEC 기간 열리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의 봉인 직후 첫 만남이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자무대에서의 양자회담은 많은 만남 중 ‘하나’이고 만나는 시간도 짧아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거니와 대통령의 방중이 올해 안에 있을 것으로 보여 사실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하는 것은 신(新)남방정책이다.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비전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의 양축으로서 유라시아의 신북방정책과 함께 인도와 남아시아·동남아·오세아니아를 포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특사를 아세안에 파견했고 아세안을 미·중·일·러 주변 4강 외교와 유사한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수차 밝힌 바 있다. 신정부 출범 후 북한의 지속적 도발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측면도 있어 대통령의 이번 동남아 현지에서 발표할 신남방정책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지역의 지경학적 가치와 지전략적 민감성이 급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즈음해 미국은 이 지역을 아태(Asia-Pacific)지역이라 부르는 대신 ‘인도·태평양(Indo-Pacific)’이라 재명명하고 있다. 미국은 냉전체제 와해 전후 이 지역의 역동성에 주목해 자국이 위치한 태평양과 결합, 아태지역이라 명명했다. 지금 또 다른 필요에 의해 인도양과 결합해 인태 지역으로 부르는데 명분은 인도양 주변 국가들과의 공동협력 때문이라지만 실상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특히 중국의 부상에 누구보다 반감이 큰 인도를 대중 포위전선에 적극 참여시키고자 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의 대외정책이 ‘룩이스트(Look East)’에서 ‘액이스트(Act East)’로 전환되면서 아세안을 우선순위로 올리고 있다. 인도의 문제는 그간 보고만 있었다는 점인데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로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자 행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과의 도클람 지역 군사대치도 인도의 이런 우려를 보여준다.

관련기사



사실 인도양이 뜨거워지는 것은 신질서 구축과 관련이 있다. 이번 중국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의 반세계화·비규범적 행보와는 달리 기존 질서의 유지·기여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중국은 내심 아시아 신안보관과 일대일로를 통한 신질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인태’는 중국의 일대일로 대응전략이자 ‘아시아 중심 정책(Pivot to Asia)’의 업그레이드버전이다. 단독으로 전 세계를 관리하기 힘든 미국과 혼자서는 중국을 상대하기 힘든 일본이 호주와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 했던 2000년대 중반 미·일·호·인 민주동맹 구상의 최신판이다.

신남방정책은 그간 우리의 4강 외교를 넘어서려는 인식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긍정할 만하다. 또 지나친 대중 경제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남방정책이 단순히 한반도를 벗어나려는 지리적 시도여서는 안 된다. 경제투자 지역으로만 혹은 대북정책 지지대상으로만 인식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신남방 지역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신질서를 창출하려는 중국이 맞붙은 곳이라는 점이다. 신남방 지역 질서경쟁이 신남방 지역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그 여파는 한반도로 북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외교적 상상력과 역동적 외교력이 요구된다. 질서는 힘만으로 결정되지 않기에 대의명분 선점이 중요하다. 다자안보와 경제공동체 통합이 핵심인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신남방 지역과의 연계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 외교의 양 날개로서 신북방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현지 국가들과의 인프라·제도·인적자원 연계를 통해 유대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냉정한 인식과 충실한 대책이 담겨 있는지,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 발표가 크게 기대된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