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방한하면서 북핵 문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됐다.
전체적으로는 한미동맹에 기반한 대북 확장억제력 제고, 한국의 국방력 강화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불(三不) 원칙, 문재인 대통령의 한중 균형외교 발언, 한국의 대북 독자제재 내용 등 각론을 놓고서는 이견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손님을 환대하는 것은 대대로 이어져 온 우리의 전통”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 따뜻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해 달라”고 말했다. ‘반(反)트럼프 시위’를 예고한 시민단체에 우회적으로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3불 원칙 놓고 균열 막아야=한미 정상 간 틈을 벌릴 수 있는 이슈로 떠오른 것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이른바 3불 정책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등에 나서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미국 측 외교안보 라인에서 3불 원칙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명확한 설명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주 “한국이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도발에 나설 경우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거나 한국과 미국간 MD 체계 가동이 필요한 만큼 강 장관의 발언이 자칫 잘못하다가는 한미동맹 균열을 초래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한미일 군사동맹은 부인했지만 사드 추가 배치와 MD 편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3불 원칙에 대해 약속이나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미중 균형외교보다는 한미동맹이 우선=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동북아 주변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강화해나가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우선 경제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유럽식 집단안보체제를 동북아지역에 구축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문 대통령이 한미일 군사동맹에 반대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미중 균형외교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북한 도발이 상존하는 현실에서는 한미동맹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처럼 자국 중심의 아시아·태평양 안보질서 강화를 추진하며 한국과 일본이 역할을 강화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문 대통령이 미중 균형외교를 외치기보다는 한미관계에 보다 무게를 두기를 희망한다. 한 외교 당국자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계승할지, 변화를 줄지 구체적인 방향을 내놓지는 않았다”며 “아시아순방을 통해 자국의 이해가 강하게 담긴 아시아전략의 밑그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비핵화, 대북압박에는 한목소리=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이 이번에 한층 높은 수준의 공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외교적·경제적 압박과 제재를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차원에서 청와대는 지난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독자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한국 독자제재는 실효적 효과가 없는 상징적 조치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양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내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 기간 중 확장억제 강화 전략을 위한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방위비에 대한 한국 측 분담 확대를 요구하는 등 청구서를 내놓을 경우 자칫 한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