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행방불명자 암매장지로 지목된 옛 광주교도소 재소자 농장 터에서 수도관 등 땅속에 묻혀있던 배관이 나왔다. 암매장 추정지에서 과거 배관 매설 목적으로 최소 한 차례 이상 굴착이 이뤄졌던 흔적이 나온 만큼 발굴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6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이날 오전 문화재 출토 방식으로 착수한 암매장 발굴현장에서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배관 4개 줄기가 나왔다. 재단은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해당 배관의 용도과 매설 이력 확인에 나섰다. 지표면에서 약 30㎝ 깊이에 묻힌 배관은 암매장 추정지 부근에 자리한 교도소 관사 건물로 이어지는 상수도관 등으로 밝혀졌다.
5·18재단은 발굴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배관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자들이 암매장 흔적을 확인하고자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한 지 약 2시간 만인 오전 10시께 흙 밖으로 배관이 드러났다. 재단은 교도소 시설 변경 기록을 통해 암매장 추정지 주변에 최초로 가스관이 매설된 1999년 무렵 해당 배관도 함께 묻힌 것으로 추정한다.
재단은 지난 4일 암매장 추정지 기초 굴착에 돌입했을 때 가스관을 피해 발굴 대상 지역을 선정했지만, 당시에는 수도관 등이 묻힌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배관 용도를 확인한 재단은 낮 12시 30분께 발굴을 재개했다. 해당 배관이 교도소 이전으로 쓰임새가 사라진 데다 발굴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철거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재단은 발굴을 지속하는 한편 배관 매설과 암매장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파악 중이다.
1995년 ‘12·12 및 5·18 사건’ 검찰 조사에서 3공수 지휘관은 ‘시신 위 약 1m 높이로 흙을 덮었다’고 옛 교도소 암매장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5·18재단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며 “광주교도소 내 추가 의심 지역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