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당내에서 연금 전문가로 꼽혔습니다. 연금이 손실을 보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성주(53·사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공모절차가 진행되던 상황에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약 공모를 거쳐 이사장에 임명된다면’이라는 엠바고를 걸고 국정 전반에 걸친 단독 인터뷰를 하며 국민연금의 청사진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그는 우선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추진 논란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연금이 공공임대주택이나 국공립 보육시설, 공공병원·요양원 등 공공투자에 직접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오해가 많다”며 “국민연금이 국채 등 채권에 54.9%(지난해 말 기준)를 투자하는데 참여정부 때처럼 직접 공공투자를 해 적자를 보는 게 아니라 간접 투자해 수익률을 보장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획재정부가 ‘특수채를 발행하면 재정건전성이 우려된다’고 하는데 선순환 구조를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정부가 공공투자를 위해 특수채를 발행할 때 국민연금이 투자하면 가입자들이 손해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출산율을 높여 연금 가입자를 늘리는 게 연금 고갈을 늦출 것이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연금의 사회적 투자를 통해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13년 제3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이 오는 2060년이면 고갈될 것’이라고 했다”며 저출산을 개선해야 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공공투자에 나서면 오히려 고갈 시기를 30년 늦출 수 있다는 국회 보고서가 올해 나왔다”고 소개했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민연금 공공투자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기금 적립액의 5%를 여성 공공일자리 확충과 신혼부부 주거 마련 등에 투자해 1,000만원 투자당 0.5명의 신생아가 증가하면 연기금 고갈시기가 30년 늦춰질 것으로 분석된다.
기금운용은 시장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가입자가 급증하거나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것이 쉽지 않아 연금을 줄이는 쪽으로 해왔는데 그럼 연금답지 않게 된다”며 “그렇다고 기금운용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 리스크가 많은 곳에 투자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다른 나라 연금 중 위기에 처한 곳이 많았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기금운용은 시장전문가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실무위원회 상설화를 제안했다. 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 전문인력의 이탈을 막고 자기계발을 위해 연기금전문대학원을 현지에 설립하고 기금 운용역(펀드매니저)의 인센티브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지침)를 활성화하자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스튜어드십 코드도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이사장이 함께 조속히 기준을 만들어 공정경제 구축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이슈의 경우 “현재 40%에서 50%까지 높인다고 대선 때 공약했으나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내년 2월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판단하자’고 해 국정기획자문위의 100대 과제에서 50%라는 숫자는 뺐다”며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국가의 연금지급 의무를 명문화할 필요성도 거론했다. 김 이사장은 “국가에 의한 연금지급 보장을 명문화하자고 19대 국회에서 법안을 냈지만 어정쩡하게 처리돼 보장한다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는 것도 아닌 것으로 박근혜 정부와 타협이 이뤄졌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못 받는 게 아니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저소득층이나 연금 미가입자 등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은 노후보장이 안 돼 노인자살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며 “개인연금에 가입할 수도 있지만 기초연금과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을 할 수 있게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정치인 출신이 국민연금공단 수장으로 갈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 논란에 대해 “국민들이 ‘연금이 고갈된다는데 은퇴 이후 제대로 받을 수 있나’ 하는 불안감이 크다는 것을 잘 안다”며 “제가 국회의원 시절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 활동해 당내에서 연금 전문가로 꼽혔다. 연금공부를 많이 했다. 기금운용 권한은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있고 정치적 외풍에는 방패막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승리가 공직의 전리품이냐’ ‘비전문가에게 국민의 노후를 맡길 수 있느냐’는 최근 야당의 우려에 대한 해명인 셈이다.
그는 의원 시절 보건복지위 간사 외에 원내 부대표,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위 간사를 하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단장 겸 기획분과위원으로 활동했다.
국정기획위 핵심 멤버답게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사교육비와 주거비·의료비 등을 낮춰 저비용사회를 구축하고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병행하는 것이 저출산·고령화라는 본질적인 사회 문제에 접근하는 길”이라며 “국회의원 시절에 좀 더 치열하게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 토론을 일으키지 못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스웨덴은 임금이 높지 않아도 복지가 완벽해 사교육비·주거비·의료비 지출이 적어 행복감이 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 추진에 대해서도 “기존 재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체 유지를 추구하며 살고 있는 분들의 편익 증대를 위한 노력은 이해한다”면서도 “자칫 투기세력이 개입해 부동산을 올려 (세입자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 국민주권정부로서 유행을 좇지 말고 트렌드를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국정철학→시대정신→담론→의제→정책 순으로 좌표를 정해 국민의, 국민참여에 의한, 국민의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