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부패척결을 앞세워 주도하고 있는 대대적인 국내 숙청이 권력 강화와 함께 경제개혁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정부가 최근 부패청산을 앞세워 체포한 왕세자와 기업인 등으로부터 8,000억달러(약 891조원) 상당의 자산을 몰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중앙은행을 통해 동결한 부패숙청 용의자들의 자산을 모두 국유화할 방침이다. 한 소식통은 “사우디 정부가 이번 부패 단속으로 최대 3조리얄(약 8,239억원)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사우디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4일 사우디 왕자와 전현직 고위관리, 기업인 등 60여명을 잡아들였다. 약 18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사우디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와 걸프 지역 최대 건설사인 사우디빈라덴그룹의 바크르 빈라덴 회장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빈 살만 왕세자의 강력한 부패단속을 그가 추진 중인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숙청으로 권력 강화는 물론 경제개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2014년 6월 이후 지속된 저유가 기조로 재정이 부쩍 취약해진 상태다. 2014년 7,300억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도 올 8월 기준 4,876억달러로 줄었다. WSJ는 체포된 인사들의 자금 중 상당량이 해외에 있어 이 자금이 귀속될 경우 사우디 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사우디 경제를 개선하는 데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며 사우디 정부가 체포를 피하려는 왕족·기업인 등과 모종의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부패수사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인투자가 및 기업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현재 수사받는 개인이 소유하거나 일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정상경영을 할 수 있도록 관련부처가 보장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강력한 반부패 수사로 사우디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자 외부의 우려를 최대한 불식시키려는 의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