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중 정상회담]북핵갈등 일단 덮어둔채...확실한 '통상 전리품' 챙긴 트럼프

트럼프 강력한 北제재 요구에 習 "대화로" 입장 되풀이

'인도태평양 전략' 놓고 미중 팽팽한 힘겨루기 가능성

中, 경협분야선 시노펙·샤오미 투자·구매 등 통큰 선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방중 이틀 째인 9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중국 3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정상회담 장소인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입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오전 열린 공식 환영 행사를 위해 인민대회당 정면에 위치한 톈안먼 광장을 통째로 비우며 ‘황제 의전’을 이어갔다.    /베이징=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방중 이틀 째인 9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중국 3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정상회담 장소인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입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오전 열린 공식 환영 행사를 위해 인민대회당 정면에 위치한 톈안먼 광장을 통째로 비우며 ‘황제 의전’을 이어갔다. /베이징=AFP연합뉴스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나란히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중국에 대한 비난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베이징 도착 첫날부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방중 둘째 날인 이날도 서로의 친분과 양국의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점잖은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통상과 북핵 등 주요 이슈에 관한 두 정상의 온도 차가 가려지지는 않았다. 지난 7월 독일 주요20개국(G20) 회의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동에서 통상 갈등 분야에서는 이견을 다소 좁혔지만 서로 이해가 달랐던 북핵 이슈에서는 제자리를 지키며 평행선을 달렸다. 북핵 문제 해결과 통상 불균형 해소라는 두 가지 큰 숙제를 안고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2,500억달러라는 대규모 투자계약과 시장 추가개방 약속 등 두툼한 선물 보따리를 챙겼지만 북핵 문제에서는 시 주석과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뚜렷한 성과물을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 2기 출발선에서 국제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며 ‘신형 국제관계’를 대외 1순위 전략으로 내세운 시 주석과 일본과 호주·인도를 한데 묶은 ‘인도 태평양 전략’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무대에서 팽팽한 힘겨루기를 지속할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또다시 평행선 달린 미중 북핵 해법=미중 정상회담의 최대 현안으로 꼽혔던 북핵 문제 해법에서는 이날 양측의 입장이 다시 한 번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국과 일본 방문에서도 잇따라 중국 역할론을 언급하며 강력한 구두 압박을 펼쳐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최근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상당 부분 높게 평가하면서도 원유수출 금지 등 중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와 같은 구체적인 추가 조치들을 요구하며 시 주석을 재차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와 시 주석은 우리의 공통된 약속, 즉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약속을 논의했고 우리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지만 앞서 미중 기업대표 회담에서 “중국은 쉽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과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주장해온 시 주석은 이번 담판에서도 사실상 대북 해법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미국과 한반도 핵 문제 등에서 소통과 협력 강화를 원한다”며 기존의 대화를 통한 해결 주장을 반복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 중 한국과 일본 방문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지역 안보구상인 ‘인도 태평양 전략’을 강조하고 일본과 한국 등 동맹국과 강력한 북핵 안보 연대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점에도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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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통상 현안에서는 이견 좁혀=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가장 역점을 둔 통상 분야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챙겼다. 애초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큰 차이를 갖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라는 난제에 접점을 찾기 어려운데다 이미 양국의 입장 차가 확인된 만큼 북핵 이슈에서는 가급적 갈등을 봉합하고 현실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통상 현안에서 확실한 전리품을 챙기자는 것이 트럼프의 이번 회담 복안이었다.

시 주석은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간파하고 통 큰 선물을 안겼다. 이날 정상회담장에서는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의 70억달러 규모의 미국 천연가스와 원유 송유관 프로젝트와 중국 휴대폰 업체 샤오미와 비보의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으로부터 대규모 부품 수입, 보잉사로부터의 비행기 추가 구매, 테슬라의 중국 투자 등 총 2,500억달러(약 279조원) 규모의 양국 투자·협력 거래가 발표됐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해각서(MOU) 형태의 투자 리스트까지 포함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 기업 간 거래가 2,800억달러(31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와 불공정 무역을 거론하면서도 중국을 비난하지는 않은 채 불공정 해소를 위한 앞으로의 협력을 강조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이날 양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에너지·화공·농산품·비행기부품·생명과학 등 각 분야 양국 기업 대표의 협약 체결식을 지켜본 후 “양국 기업가들의 협약 체결은 양국이 윈윈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현실적인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낮은 북핵 이슈보다는 양국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무역 불균형 해소 문제에서 두 정상이 윈윈하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진단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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