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되는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에서는 ‘야생 ‘매’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사연이 전파를 탄다.
산속에서 한 남자가 훠이- 훠이- 신호를 보내자 맹금류 ‘매’가 남자의 팔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꿩의 날갯짓 소리만 듣고도 맹렬히 날아가 단번에 낚아챌 정도로 야생본능이 강한 ‘매’를 자유자재로 부르고, 함께 호흡을 맞춰 꿩 사냥까지! 분명 야생 매라는데 날아가지 않고 남자 품으로 돌아오길 반복하는 녀석. 남자와 수상한 매 대체 무슨 인연인걸까. 눈빛만 보고도 매의 마음을 읽고, 교감을 나눈다는 이기복 (53세) 씨다.
날카로운 발톱, 칼날 같은 부리를 가진 맹금류 중의 맹금류로 불리는 야생 매와 사랑에 빠졌다는 남자. 읍사무소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그는 직장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매 백화를 돌보는 일에 묻혀 산다. 자연이 인간에게 내려줘야만 받을 수 있다는 매. 지난겨울 혹한의 추위 속, 산에 움막을 짓고 긴 기다림 끝에 지금의 백화를 만났다. 중학교 시절 매의 매력에 빠져 38년째 취미 아닌 취미로 매사냥을 하고 있다는 기복 씨. 매사냥은 매를 훈련해 꿩을 잡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 사냥법이다.
야생의 마음을 여는 방법은 오로지 인내 그리고 정성밖에 없다는 남자는 백화와 거실에서 함께 생활하며 늘 팔에 백화를 올려두고 눈을 맞추는 건 물론, 텃밭에 갈 때도, 시장을 갈 때도 좀처럼 곁에서 떼어놓는 법이 없다. 심지어 팔위에 올려두고 앉은 채로 꼬박 밤을 지새우기까지! 겨울에도 집 안 온도는 야생 매가 생활하기 좋게 춥게 지내는 등 모든 건 매에게 맞춰져 있는 못 말리는 기복 씨의 일상. 백화도 남자 정성을 아는지 편안하게 깃털을 부풀리며 마음을 차츰 열어 가는데, 이렇게 정성을 기울여야 비로소 매가 사람을 믿고, 함께 사냥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야생 매기 때문에 원하면 언제든 자연으로 날아 가 버릴 수 있는 상황. 매 꾼을 떠나는 건 매의 선택이니 막을 도리가 없다는데. 그저 평소에 백화의 마음이 떠나지 않게 정성을 쏟을 뿐이라고. 매가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늘 산을 누비며 사냥을 한다는 기복 씨. 그런 남편 덕에 매사냥꾼이 다 됐다는 아내는 올해로 털이꾼 경력만 10년이다. 매사냥은 털이꾼이 산 아래에서 꿩을 몰아주고, 봉받이인 매를 든 사람이 매의 몸의 신호를 읽고 호흡 맞춰 매를 날린다. 사람과 꿩이 한마음이 되어야만 가능하기에 야생에서 꿩 한 마리 잡기란 절대 쉽지 않다고! 그렇게 산길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서 겨우 잡은 꿩은 오롯이 백화 먹이로 쓴다. 꿩 욕심이 아니라 매가 나는 그 순간을 보는 게 그저 즐거움이라고.
백화와 남자가 손발 맞춰 사냥을 하던 그 때!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총성! 유해 야생동물 포획단이 쏜 것이었는데. 놀란 백화는 좀처럼 진정될 줄 모르고 한 번의 놀람에 지난 일 년 공들인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사냥에 나선 백화는 꿩을 쫓아갔다가 한참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기복 씨와 백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야생 매와 교감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인생을 배운다는 남자. 그와 야생 매 백화의 특별한 이야기를 ‘특종세상’에서 만나본다.
[사진=MBN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