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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③] ‘채비’ 김성균 “지적장애인 연기, 아이가 나 괴롭히듯이”

배우 김성균이 새로운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서늘함부터 푸근함까지 양극단을 오가며 깊은 연기를 해왔던 그가 이번에는 지적장애인이라는 쉽지 않은 역할로 관객의 눈시울을 붉힌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채비’(감독 조영준) 주역들과 인터뷰를 나눴다. ‘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아들 인규(김성균)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고두심)이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 영화다.




배우 김성균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배우 김성균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


김성균이 맡은 인규라는 인물의 실제 나이는 30살이지만 정신연령은 7살이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탓에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 했다. 누나가 자신과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엄마가 언젠가 나의 곁을 떠난다는 것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주변의 도움을 통해 한 단계씩 성장하게 된다.

지적장애인 연기를 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자신의 연기가 실제 지적장애인들을 욕되게 하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김성균은 “있지도 않은 행동을 해서 괜히 웃겨보려고 상황을 만들어내지는 말자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결코 가볍게 역할을 선택한 것이 아님을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초반 캐릭터 해석은 다소 무거운 부분이 있었다.

“연기적인 욕심 때문에 인규라는 캐릭터를 실제 다큐와 흡사하게 가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첫 촬영을 했는데 영화 자체가 너무 어두운 거다. (고두심) 선생님께서 ‘성균아 네가 걸어가면서 이것도 만져보고 정신 사납게 해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풀 샷을 찍었는데 이 그림인 거다. 엄마는 무겁게 쭉 가고 아들은 정말 철부지 아들이다.”

‘채비’는 조영준 감독이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기획하게 된 만큼 실제 모델이 있었다. 80세 노모와 50세 아들의 이야기를 본 김성균이 가볍게 연기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영화로 표현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다른 방향으로 틀어졌다. 엄마 앞에서는 어느 자식이든 아이가 된다. 단지 조금 더 어려졌다는 차이다.


“장애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엄마를 고단하게 만드는 철부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것을 싹 바꾸고 그냥 아이로 갔다. 어차피 설정에서도 7살 정도의 아이로 나오니까. 그 뒤로는 장애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겠다기보다는 우리 아이가 나를 괴롭히듯이, 우리 아들처럼 바꿨다. 정말 그 나이처럼 엄마와 조화를 이루어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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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균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배우 김성균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


그러다보니 영화 속 김성균은 의외로(?) 귀엽기까지 하다. 엄마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모습이 과하지 않은, 훈훈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이 역시도 김성균이 자신의 아들과 딸을 보고 반영한 것들이다. 큰아들이 침을 흘리는 모습, 둘째가 집에서는 까불다 밖에나 낯가리는 모습, 셋째가 맨날 손을 쭉 펴고 걷는 모습 등 디테일한 행동들이 깨알같이 녹아있다.

김성균은 연극무대부터 시작해 내공이 있는 배우다. 작품을 볼 때 그의 연기를 걱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역할 변화에 대한 부담은 있지 않을까 싶었다. 2011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tvN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순박하고 푸근한 아버지까지 연기했다. 보는 사람들이야 다채로운 면면을 즐길 수 있다만, 배우 자신에게는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다. 사람들이 찾는 시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연극할 때는 깡패나 인신매매범 등 악역을 주로 했다. 옛날 영화를 보면 악역 전문 배우가 있지 않나. 악역전문배우 선생님들을 모델로 삼아 내 갈 길은 이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 소시민에다 착한 역할인 삼천포를 제안 받고 김성균은 잠시 고민했다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상태니 일을 하긴 해야 하는데 이렇게 이미지 변신을 했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그를 잠식했다. 당시 윤종빈 감독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는데, 감독의 말은 간단했다 “세상 사람이 하루 종일 네 생각만 하고 살지는 않는다”고.

의외로 그 고민은 쉽게 해결됐다. 감독의 말이 맞았다. 다만 세상 사람이 김성균에게 관심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대중은 매 작품마다 그에게서 완벽히 다른 모습을 봤다. 이번 ‘채비’에서도 김성균은 전작의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인규의 옷을 제대로 입었다. 이것이 그가 다시 한 번 증명한 내공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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