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첫 방송된 MBC 새 주말드라마 ‘돈꽃’(극본 이명희, 연출 김희원)에서는 강필주(장혁 분)가 장부천(장승조 분)을 청아그룹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나모현(박세영 분)과의 결혼을 조작하려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서 강필주는 청아그룹 창업자인 장국환(이순재 분)의 장손 장부천을 위해 무엇이든 했다.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장부천 대신 자진 출두해 구속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정말란(이미숙 분)은 아들 대신 교도소에 있다가 나온 강필주에게 금가루 뿌린 두부를 건넸다.
강필주와 장부천의 인연은 중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장부천은 학생인 신분에도 술을 먹고 운전을 해 강필주와 그가 아는 형이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받았다. 강필주는 그런 장부천을 은밀히 풀어주려 했으나 결국 들키고 말았다. 장부천은 잡힐 상황이 되자 칼로 남자의 배를 찔렸고, 두 사람은 경찰서로 연행됐다. 치료 받고 온 남자는 자신을 찌른 사람이 장부천이 아닌 강필주를 지목했다. 강필주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몸이 약했던 그의 아버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고, 강필주는 장부천을 찾아가 무릎을 꿇으며 “나와 친구해 달라”고 애원했던 것.
현재 장부천은 회사에서 입지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장국환은 장부천이 맡고 있던 물류회사를 장여천에게 넘기라고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장국환은 정말란을 찾아가 현재 살고 있는 본가를 비우라고 말했다. 장여천을 들어와 살게 할 테니 정말란과 장부천 모자는 새 집을 구하라는 것이었다.
이 때, 강필주는 은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장부천이 다시 장국환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좋은 배경을 가진 여자와 결혼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선택한 여자는 정치인 나기철의 딸 나모현이었다. 나모현은 환경운동가이자 기간제 교사로,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여자였다. 재벌을 싫어하는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철저히 계획된 접근이 필요했다.
강필주는 정말란에게 자신이 세운 계획을 밝혔다. 장여천이 장국환의 마음을 돌린 것은 외가의 힘을 빌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허가를 받아낸 이유가 크다며 장부천을 대통령 사위로 만들어 청아타워 건설 허가를 받아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은 무려 향후 30년 동안 최소 200조 이상이라고도 예상했다.
장부천과 나모현의 첫 만남은 철새 동호회에서였다. 강필주는 날아가는 철새를 총으로 쐈고, 장부천에게 얼른 뛰어가 철새를 구하라고 지시했다. 장부천은 강필주가 시킨 대로 철새를 아끼는 척 연기를 했고, 그 과정에서 나모현의 호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진정한 인연은 나모현과 강필주 사이에 있었다. 아버지 죽음에 상심한 강필주가 강에 뛰어들자 그를 구한 사람이 나모현이었다. 강필주는 나모현에 대해 조사하다 그의 첫사랑이 조여천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조여천은 강필주가 가지고 있던 책에 쓰인 이름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모현의 진짜 첫사랑은 강필주였던 것. 강필주는 나모현에게 자꾸 신경 쓰이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모현의 과거 사진을 간직하는가하면, 그가 하는 순수하고 착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오묘한 표정을 했다. 또한 술에 취한 나모현이 길가에서 남자들에게 위협을 당하자 직접 나서서 물리치고 집앞까지 업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강필주는 나모현과 장부천의 결혼을 성사시켜야만 했다. 장국환이 장부천의 미얀마 발령을 지시내린 것. 이에 강필주는 장국환을 찾아가 계획을 털어놨고, 장국환은 흡족해했다. 강필주는 이어 장부천이 몰래 만나고 있던 본사 안내데스크 직원 윤서원(한소희 분)을 찾아가 해외로 떠나라고 지시했다.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전작 ‘도둑놈 도둑놈’과 달리 주말드라마이지만 토요일에만 2회가 연속 방송된다. 또한 일반적인 주말드라마가 50부작을 취한 것과 비교해 24부작으로 비교적 전개가 빠르고 단순하다.
김희원 PD가 앞서 밝힌 것처럼 그런 점에서 기존 주말극과는 서사를 풀어나가는데 차이가 있었다. 아역이 앞부분에 등장하고 성인 연기자가 뒷부분에 등장하는 구조를 벗어나 전개가 역순으로 흐르기도 하고 중간 중간 회상 장면이 삽입되기도 하면서 전개의 풍성함을 더했다. 다만 재벌 경영권 다툼, 출생의 비밀, 치정관계 등 여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소재들이 이야기를 이끌었다. 김희원 PD의 말대로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2회 후반에 장혁이 맡은 강필주라는 인물이 청아그룹 장국환의 숨겨진 손자라는 것, 그가 복수를 꿈꾼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 같은 특징은 두드러졌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살린 것은 스피디한 전개와 재벌가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고급스러운 연출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의 품격을 높이는데 한 몫 했다. 특히 장혁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뽐냈다.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에 의해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든 변수를 냉철하게 파악하면서 청아그룹 인물들 사이에서 결코 기죽지 않는 모습이 진정한 ‘주인을 무는 개’다웠다.
장승조와 박세영은 그들 옆에서 각각 약하고 순수한 면을 드러내며 장혁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미숙, 이순재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내공 탄탄한 중견연기자답게 극에 무게감을 실었다. 이순재는 창업자로서 장손보다는 청아그룹을 지키겠다는 신념을 호락호락하지 않게 내비쳤다. 이미숙 또한 기업에 대한 욕망을 처절하게 드러냈다.
‘돈꽃’은 1회 10.3%, 2회 12.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연속방송의 우려는 2회에서 상승한 시청률을 보이며 날렸다. 남은 22회에서도 120분이라는 긴 시간을 압도적인 몰입도로 채워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주 토요일 8시 45분 방송.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