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오히려 명품이 잘 팔린다.’ 고가 소비재인 명품은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운 VVIP들은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갑을 여는 것이 보통이다. 주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액자산가, 유명 연예인, 기업인 등의 부유층이 모여드는 ‘초호화 고급주택’은 부동산 시장 상황과 별개일 때가 많다. 초고급 시설이 들어서는 내부 설계,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커뮤니티, 타인과 차별화하려는 욕망은 시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같은 특징을 가진 고급 주택은 역시 시류와 무관한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스테디셀러다. 최근 이 같은 고급주택들이 서울 한강변을 비롯한 알짜배기 땅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업계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부의 상징 ‘청담동’에 들어서는 고급빌라=서울 강남구 청담동은 부와 소비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청담대로 일대에 들어선 명품거리는 이에 대한 하나의 방증이다. 이런 청담동에 최근 고급 빌라들이 들어설 채비를 갖추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높다.
대표적인 곳이 ‘더 펜트하우스 청담’이다. 이는 1990년대 나이트클럽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호텔 엘루이’ 자리에 들어서는 고급 빌라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으며,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로 조성된다. 면적별로 △273㎡ 27가구 △396㎡ 2가구(최고층) 등 모두 29가구로 조성되며 모든 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 세대가 복층형 구조로 구성되며 최고층 펜트하우스에는 루프탑 풀이 조성될 예정이다. 분양가는 최고층 펜트하우스가 200억원대, 다른 층은 80억~120억원으로 책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82년 지어져 고급빌라의 시초로 꼽히는 ‘청담동 효성빌라’도 재건축해 ‘청담 효성 일공일(101)’로 재탄생된다. 현재 4개 동, 18가구가 2개 동, 35가구로 바뀌게 되며 2019년 3월 완성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 단지의 1층 가구는 단독으로 정원을 사용할 수 있고, 6~7층은 복층형 펜트하우스로 만들어진다. 분양가는 60억~90억원에 이른다. 청담동 영동대교 인근의 씨티아파트 1차를 재건축하는 ‘청담 원에이치(ONE-H)’도 청담동에 들어서는 고급빌라다. 총 29가구로 지어지며 현재 65억~150억원 대에서 분양이 진행 중이다. 이 단지 역시 전 세대가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고 1층에 대형 정원이 조성된다.
◇‘미래 부촌’ 용산에 자리잡는 고급주택=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서울의 최고 신흥 부촌 지역으로 용산구를 1순위로 꼽는다. 한강변이라는 지리적 조건과 많은 개발 호재들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유명 연예인과 기업인들이 한남동과 이태원동 등에 거주하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지역이 용산이다.
이 같은 용산의 대표적인 고급주택으로 ‘한남 더힐’이 꼽힌다. 이 단지는 지난 2009년 임대아파트로 공급돼 2011년 입주했고, 지난해부터 분양 전환(소유권 이전)이 가능해졌다. 총 32개 동의 600가구 규모다. 특히 단지에서 별동으로 마련된 커뮤니티시설에서 테라피스트의 상담 및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웰빙스파’와 리조트 스타일의 수영장 및 수중헬스시설인 ‘아쿠아장’ 등이 갖춰져 있다. 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게스트룸, 파티룸 등도 조성됐다. 내부 설계에서도 고급 단지에 걸맞는 고풍스러운 마감재가 사용됐고, 내부 곳곳에 유명 예술작품이 전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최근 전용면적 208㎡가 36억원, 243㎡가 72억 7,000만원에 거래됐다. 3.3㎡ 당 약 5,100만~9,950만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남동 외국인아파트가 고급 빌라로 재단장되는 ‘나인원 한남(NINE ONE HANNAM)’도 업계의 관심 대상이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해당 부지를 낙찰 받은 대신금융그룹이 이곳에 지상 5~9층 9개 동, 전용면적 214~273㎡, 총 335가구 규모의 고급빌라를 짓는다.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았다. 그 동안 VIP를 대상으로 남산 하얏트호텔에 홍보관을 운용하며 사전마케팅에 진행했으며 곧 본격 분양에 들어갈 계획이다. 단지에는 수영장, 호텔급 라운지, 헬스시설, 프라이빗 파티공간, 다목적 체육관, 게스트하우스, 와인창고 등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분양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최고층 건물에 들어선 최고급 레지던스=지상 123층에 높이 555m에 달하는 국내 최고층 빌딩 송파구 잠실동의 롯데월드타워에도 고급주택이 들어서 있다. 이 타워 42층~71층에 전용면적 133~829㎡, 총 223실 규모로 들어선 ‘시그니엘 레지던스’가 바로 그 대상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세대 내부에는 침실과 거실, 주방에 유럽산 원목마루와 유럽산 타일 등으로 마감하고, 욕실에는 히노끼 욕조, 월풀 욕조 등이 배치되는 등 최고급 인테리어 및 마감제가 적용됐다.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주방 기기와 조명은 덤인 수준이다. 고급 호텔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도 이곳의 장점이다. 분양가 역시 3.3㎡ 당 평균 분양가가 7,500만원에 달하는 만큼 국내외 부호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받는다.
이 밖에 과거 공장지역에서 탈피해 신흥 부촌 지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에도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중이다. 3.3㎡ 당 4,750만원으로 역대 아파트 분양가 1위의 기록을 세운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를 비롯해 올해 입주를 시작한 ‘트리마제’, 2011년 입주한 ‘갤러리아 포레’ 등이 서울의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로 꼽힌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