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관리할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절차가 시작되면서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자천타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12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김성주 신임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추천위는 서류·면접심사와 전문조사기관의 경력 및 평판 조회 등을 거쳐 늦어도 다음 달 기금운용본부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한국투자공사(KIC)와 미래에셋금융그룹 출신 간 2파전으로 예상하고 있다. KIC는 해외 투자만 전문으로 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기금운용본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KIC 출신으로는 강신우 현 투자운용본부장(CIO)와 직전 CIO였던 이동익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민간 투자국장이 거론된다. 강 본부장은 템플턴투자신탁운용 상무,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 한화자산운용 대표를 지냈다. 이동익 AIIB민간 투자국장은 삼성생명 해외투자팀 부문장을 지냈다.
민간에서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을 창업한 구재상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대표가 언급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단일 규모로는 최다 자금을 운용했고, 미래에셋은 금융투자업계 중에서는 가장 빠른 2002년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국민연금 출신으로 김희석 NH농협생명 부사장, 박봉권 교보생명 부사장, 한동주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국민연금 출신 보다는 외부 출신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 신임 이사장은 취임식 날 기자들과 만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언급하며 “국민연금 스스로 반성하고 혁신하는 조치를 취임 후 첫 번째로 하겠다”고 강조하며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해외대체투자 확대와 사회적 책임투자 강화를 천명한 상황에서 KIC나 민간출신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KIC는 해외투자 전문이지만 부동산과 인프라 등 해외 대체 투자 경험이 적다는 평가다. 최근 3년간 총자산 수익률은 1.74%로 노르웨이국부펀드(5.7%) 중국투자공사(3.8%) 아일랜드 전략투자펀드(3.0%)보다 낮다. 연기금 출신 관계자는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은 해외 대체투자와 국내 사회적책임투자를 통해 수익성과 공공성을 달성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면서 “건 당 조 단위의 해외 대체투자를 다루거나 사회적책임투자를 실행해 본 경험이 없는 인물이 와서 임기 2년내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