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조이기와 금리 인상으로 갈수록 아파트 분양을 위하 자금조달 여건이 빡빡해지자 서울에서 이례적으로 중도금 무이자 아파트가 등장했다. 이외에도 정부가 중도금 대출을 틀어막자 중도금 비중을 낮추고 잔금 비중을 높이거나, 중도금 연체이자를 대출이자 수준으로 크게 내리는 등 자체적으로 금융조건을 개선한 단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7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들어가는 ‘e편한세상 강동 에코포레’가 무이자 중도금 대출을 제공한다. 이 단지는 강동구 길동 신동아 3차 아파트 재건축단지로 지하 3층~지상 21층, 6개동, 총 366가구(전용 51~84㎡) 규모이며 이중 86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수도권이나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서울은 이자후불제를 적용하거나 아예 금융 비용 지원을 하지 않는 단지도 많다. 서울의 경우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금융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e편한세상 강동 에코포레가 중도금 무이자 대출 지원을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금융조달 비용 부담을 낮춰 분양성을 높이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일반분양 가구 수가 많지 않아 조합에서도 이를 받아 들였다”고 말했다.
9억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막히자 중도금 비중을 확 낮춘 곳도 있다. 최근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고덕 아르테온도 114 ㎡ 형은 분양가격이 10억~11억원 선으로 중도금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다. 이에 조합와 시공사측은 중도금 비중을 30%로 낮추고 잔금을 60%로 높였다.
중도금 연체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중도금 문제를 해결한 단지도 있다. 지난달 분양했던 강남래미안포래스트가 이에 해당한다. 이 단지는 3.3㎡당 분양가가 4,200만원선으로 소형평형도 9억원이 넘어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에 조합과 시공사측은 계약자가 중도금을 연체할 경우 연체 금리를 5%만 받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중도금 연체시 기간에 따라 8~13%의 고율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시공사가 대출보증을 통해 해결한 곳은 신반포 센트럴자이다. 이 단지 역시 3.3㎡당 분양가가 4,250만원으로 소형 평형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에 시공사인 GS건설이 대출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시중은행 대출을 알선해 줬다.
강남권 아파트단지들조차 이같이 자금조달 조건에 신경 쓰는 이유는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대출 없이 아파트를 구매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금융 조건을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해야만 분양성을 높일 수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대부분 입주 때 기존에 살던 집을 팔거나 전세금을 빼서 잔금을 치르고 일부 부족분을 주택담보 대출로 메우는 식이기 때문에 상당수 계약자가 입주 전까지 대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출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자 건설업체에서 마케팅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금융조달 조건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