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이 10번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LPGA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은 이정은(21·토니모리)이 타이틀 싹쓸이에 성공하며 빛나는 시즌을 마무리했다. 3년 차 지한솔(21·호반건설)은 마지막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정은은 12일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CC(파72·6,468야드)에서 열린 2017시즌 최종전 ADT캡스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3라운드에서 2타를 잃어 최종합계 1언더파 215타를 기록했다. 순위는 공동 49위. 비록 우승으로 여왕 즉위식을 꾸미려던 계획은 무산됐지만 이정은은 KLPGA 투어 무대를 지배하며 2017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동명이인이 많아 이름 뒤에 ‘6’이라는 숫자를 달고 있는 그는 4승을 거두며 ‘러키 식스(6)’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핫식스’라는 애칭도 얻었다.
이정은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타수 1위(69.80타)마저 확정하면서 대상, 상금왕, 다승에 이어 개인 타이틀을 모조리 석권했다. 60대 평균타수는 2006년 신지애(69.72타), 지난해 박성현(69.64타)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최종 상금(11억4,905만원)은 2위 김지현(26·한화·7억8,997만원)과 3억6,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전관왕 탄생은 다승왕 시상이 시작된 2006년 이후 8번째. 신지애(29)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차지해 선수로는 6번째 주인공이 됐다. 2009년 서희경(27), 2010년 이보미(29), 그리고 2014년 김효주(22), 2015년 전인지(23)가 각각 타이틀 싹쓸이에 성공했다.
지난해 신인왕에 오른 이정은에게 2년 차 징크스는 없었다.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알린 그는 7월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로 정상 고지를 밟았고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과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컵을 추가했다.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는 KLPGA 투어 18홀 최소타 기록인 12언더파 60타를 때리기도 했다. 27개 대회에 출전해 모든 대회에서 컷을 통과했고 4승과 준우승 4번을 포함해 무려 20차례나 톱10에 입상(74.07%)한 꾸준함이 놀라웠다.
2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기뻐하는 지한솔. /사진제공=KLPGA지한솔은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생애 첫 우승으로 시즌 피날레를 장식했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그는 김지현(26·롯데)과 공동 선두로 팽팽히 맞서던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17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홀 한 뼘 옆에 붙여 승기를 잡았다. 54홀 동안 보기 없이 버디만 18개를 쓸어담은 그는 사흘 연속 6타씩을 줄여 18언더파 198타로 정상에 올랐다. 2015년 정규투어에 뛰어든 지한솔은 지난해 준우승 2회, 올 시즌 교촌허니 레이디스 3위 등으로 문을 두드린 끝에 마침내 우승 문턱을 넘으며 1억원의 상금을 챙겼다. 이날만 7타를 줄인 디펜딩 챔피언 조윤지(26·NH투자증권)가 2타 차 2위(16언더파)에 올랐고 김지현은 마지막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3위(14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공동 5위(11언더파)에 오른 장은수(19·CJ오쇼핑)는 동갑내기 박민지(19·NH투자증권)를 제치고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 수상을 확정했다. 국가대표 출신 장은수는 2부 투어를 거쳐 올 시즌 정규투어에 데뷔했으며 우승은 없었지만 6월 비씨카드 한경레이디스컵 준우승 등 7차례 톱10에 들며 기복 없이 포인트를 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