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임에도 최고, 최신, 최다를 외치는 의료 광고가 범람하는 가운데 일반인들은 의료기관들의 퍼포먼스식 홍보에 대해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 눈치이다. 오히려 요즘 해당 병원이 전문의가 진료를 보는지, 임상이 얼마나 많은지, 병원 평판이 좋은지, 의료사고가 없었는지 등 신뢰성에 관련된 사항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는 최근 크고 작은 의료사고가 증가하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가 과거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관심이 갖기 시작하면서 이제 환자와 가족들도 시술과 수술과 관련된 올바로 알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의료기관 일각에서도 환자와 보호자의 알 권리에 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반응이다.
환자와 보호자가 가장 알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의료기구의 위생상태이다. 이는 의료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만 병원에서 잘 알려주지 않고 일반인이 관여하거나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의료기구로 인한 수술부위감염(SSI, Surgical Site Infection)은 해마다 자주 일어나는 의료사고 중 하나이다. 이는 여러 사람에게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의료기구는 감염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목숨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한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하다가 환자가 패혈증에 걸려 사망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대구의 한 대장항문병원에서는 멸균소독실을 일반인에게 공개할 정도로 의료기구 멸균, 소독을 강화하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의료서비스’ 강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의료기구 소독 및 멸균하는 과정을 유리문을 통해 밖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병원 입원환자 가족인 박모씨는 “내시경 같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장비의 소독과 위생상태가 늘 궁금했었다. 병원에서는 괜찮다고 하지만 사실 믿음이 안 갈 때가 많다. 관리상태를 눈으로 보니까 믿음이 가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을 예약한 최모씨의 경우도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 갔던 게 내 몸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찜찜했는데 이제는 안심하고 시술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세강병원 김징균 병원장은 “우리병원은 의료기구의 세척과 멸균, 관리에 보다 많은 인력 등 노력이 투입되더라도 항상 위생 관리에 철저하고자 합니다. 이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매우 기본적인 조치이며 절차입니다. 이런 부분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강화해서 더욱 안심할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고자 합니다.”고 말했다. 최근 세강병원은 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되어 타 병원에서 시술을 꺼려하는 대장ESD(내시경점막하박리술) 시술의 경우도 오히려 환자에게 추천하고 적용시키고 있어서 귀감이 된 바 있다.
최근 확산되는 의료기관의 보이지 않는 서비스로는 병원 근무자의 손씻기, 의료가운의 위생관리, 의료기구의 소독관리 등이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올해 말 지자체 및 전문기관과 더불어 의료기관 의료기구 소독, 멸균 상태 및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