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5년 1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TYSE)에는 텍사스에 기반을 둔 ‘인프라리츠(Infra REITs)’가 상장했다. 인프라리츠는 송전선·변전소·송전탑 등을 자산으로 소유하고 있는 리츠 회사다. 인프라리츠의 자산들은 텍사스 기반의 전력생산 업체(Sharyland Utilities)가 임대해서 사용하고 인프라리츠에 임대료를 지불한다. 이에 앞서 2014년 12월에는 앨라배마·조지아·플로리다 등 미국 전역에 50만2,400에이커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 ‘캐치마크 팀버 트러스트’가 NYSE에 상장했다. 이 리츠는 목재와 임야 매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원을 가지고 배당을 한다.
인프라리츠와 캐치마크 팀버 트러스트는 미국의 리츠가 투자하는 자산이 얼마나 전문화되고 다변화돼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의 경우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자산들이 리츠에 담겨 있다. 미국리츠협회(NAREIT)에 따르면 현재 주식형(equity) 리츠의 투자자산은 총 12개 분야로 구분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리테일이며 총 33개 리츠, 시가총액은 1,702억달러 규모다. 이어 오피스가 24개(시총 1,003억달러), 주거시설이 22개(시총 1,479억달러), 리조트가 20개(시총 567억달러)로 뒤를 잇고 있다. 이들 외에도 미국에는 셀프 스토리지, 헬스케어, 임야, 데이터센터, 카지노, 극장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리츠들이 있다. 이는 오피스·호텔·리테일·주택·물류센터 등 전통적인 부동산 자산 투자에만 국한돼 있는 한국 리츠 시장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미국에서 이처럼 다양한 자산들이 리츠에 편입될 수 있는 것은 리츠 설립 기준이 명확하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국세청(IRS)에서 요구하는 요건(회사 구조, 자산 구성, 소득 요건 등)만 충족하고 배당 재원이 임대소득에서 발생하는 경우 특별히 자산 종류의 구분 없이 리츠 설립이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상장을 추진하면 된다. 반면 한국은 리츠 설립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상장을 위해서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주무부처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리츠 설립과 상장이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많은 회사가 리츠 설립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프라리츠의 경우도 2015년 상장 당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텍사스를 넘어 애리조나·뉴멕시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외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리테일 부동산개발회사 사이먼 프라퍼티 그룹, 터버만 센터스 등도 모두 리츠로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 호텔·리테일 업체들은 대부분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는 대신 주식 시장에서 유동화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을 키워나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량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국의 신세계나 롯데 등과 같은 대형 유통 업체들이 자산 보유에 집착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최근 들어 미국 리츠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점점 더 자산별로 전문화된 리츠가 나타나는 있다는 것이다. 과거만 하더라도 리츠가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많지 않아 여러 지역의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복합(Diversified) 리츠가 많았지만 리츠 시장이 커지면서 점점 더 자산별·지역별로 특화된 리츠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워싱턴 리얼 에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의 경우 워싱턴 지역에 위치한 오피스·리테일·주거시설에만 투자한다. 특히 헬스케어·임대주택 등 전문적인 자산관리 능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특화된 리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 초 블랙스톤이 상장시킨 임대형 단독주택에 투자하는 ‘인비테이션 홈스’도 그중 하나다. 아울러 인비테이션 홈스는 상장 후 최근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우드 웨이포인트’와 합병하면서 초대형 임대주택 리츠로 거듭났다.
미국의 리츠가 이처럼 점점 더 전문화된 형태로 발전하는 것은 시장의 요구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적이고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경우 대부분 1물 1리츠로 규모가 작아 개인들이 투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스콧 로빈슨 뉴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겸 리츠센터장은 “리츠가 도입된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는 리츠 수가 많지 않았던데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장이 어려워 다양한 자산 유형에 투자하는 복합 리츠가 많았지만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한 리츠를 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복합자산에 투자하는 리츠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뉴욕·워싱턴DC=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