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A(30)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김준기(73·사진)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에 대해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3일 “신병 치료를 이유로 세 차례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은 김 전 회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일과 12일, 이달 9일에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지만 김 전 회장 측은 “미국에서 신병 치료를 받고 있어 출석이 곤란하다”며 불응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김 전 회장이 귀국하는 즉시 경찰이 체포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 측은 의사 소견서를 통해 “신병 치료로 이르면 내년 2월께 귀국할 수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김 전 회장에 대한 수배령을 내리고 현지에서 구인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인터폴 등 국제공조는 체포영장 결과를 보고 후속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여부는 늦어도 다음주 안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미국에서의 병 치료를 이유로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은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이 피소된 강제추행은 유죄가 입증되면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 전 회장은 지난 7월말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양측은 8월부터 합의를 진행했지만 결렬됐다. A씨는 김 전 회장 출국 이후인 9월19일 고소장을 접수했고 김 전 회장은 피소된 사실이 알려진 지 이틀 만인 9월21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고한경 법무법인 유엔아이파트너스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은 선처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사실 합의밖에 없다”며 “합의하고 피해자가 선처를 요청하면 집행유예로 감형될 확률이 높고 수사 단계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드물게 기소유예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DB그룹 측은 “건강 때문에 귀국이 어렵다고 소명했는데도 체포영장을 신청했다니 유감”이라며 “의사의 허락이 떨어지면 바로 귀국해 조사받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