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현은 지난 2007년 패션쇼 08 S/S 서울 컬렉션에서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2009년 MBC ‘맨땅에 헤딩’과 영화 ‘쌍화점’ 등에서 조연 및 단역으로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2011년에는 KBS2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김영광, 이수혁 등 모델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로 더욱 활발한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SBS ‘무사 백동수’(2011), KBS2 ‘전우치’(2012), MBC ‘마마’(2014) 등에서 다양한 장르와 역할에 도전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특히 사극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MBC ‘왕은 사랑한다’에서 궁중 암투부터 멜로연기까지 소화하며 호평을 얻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데뷔 10주년 인터뷰를 진행한 홍종현은 “사실 10년까지 된 것 같지는 않다. 저도 신기하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잘 챙기는 편이 아니라 팬 분들이 10주년이라고 이야기 안 해줬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텐데 감사하다. 20대 초반에는 이 일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10년이 되니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더 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는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최근작인 ‘왕은 사랑한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월 종영한 ‘왕은 사랑한다’는 고려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을 그린 팩션 멜로 사극. 홍종현은 여기서 임시완, 임윤아(소녀시대 윤아)와 호흡을 맞췄다. 앞서 ‘달의 연인’과 마찬가지로 고려를 배경으로 한 퓨전사극이었는데,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었다고.
“‘달의 연인’에서 맡은 왕요는 선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저는 그동안 도움을 주는 캐릭터보다는 시니컬하고 차가운 캐릭터를 많이 해왔다. ‘왕은 사랑한다’ 왕린은 다른 재미가 있더라. 악역에서는 쾌감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감정을 쌓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재미보다는 고민이나 어려움이 더 많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가족, 남녀 간의 사랑, 남자들끼리의 우정이 적절히 다 있는 캐릭터여서 기억에 남는다.”
사극 연기를 연달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홍종현은 확실히 ‘왕은 사랑한다’에서 더욱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다. 비록 드라마의 성적은 초반 기대감에 비해 아쉬운 편이었지만 배우들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았다.
“반응을 다 보지는 않았지만 보기는 봤다. ‘달의 연인’과 같은 시대 사극이고 둘 다 왕족 캐릭터니까 비슷할 거라는 우려가 있으리라 생각은 했다. 그러나 반대되는 캐릭터의 느낌을 잘 살리면 오히려 다르게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자신감을 갖고 했다. 안 좋은 반응도 있었지만 응원해주시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누구든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배우도 마찬가지. 신선하고 풋풋한 연기를 하던 홍종현이 자연스럽고 능숙한 연기를 하게 되기까지는 많은 작품과 역할이 그를 거쳐 갔다. 10년을 맞아 뒤를 돌아보며 특히 아쉬운,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까 궁금했다.
“정말 모든 작품이 다 아쉽다. 지금 하면 더 잘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왕은 사랑한다’다. 마지막에 했으니까(웃음). 사실 다 기억에 남아서 하나를 꼽기가 힘들다. 어쨌든 다 저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된 작품들이다.”
홍종현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되돌아보면 공백기라고 할 만한 텀이 거의 없다. 무리하게 많은 작품을 소화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다작을 했다고 말할 정도. 그는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며 여러 작품에 꾸준히 도전하는 이유를 전했다.
“새로운 대본이나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끌리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제가 경험해보지 않았던 캐릭터, 모습이라는 것이다. 저는 연기를 장기적으로 하고 싶다. 20대 때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시간이 가능하다면 많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 그렇게 많이 출연할 수 있어 행복했다.”
새로운 역할에 대한 도전 외에도, 배우로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특히 배우 생활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들이 궁금했다. 홍종현이 “배우는 선택받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지업이다.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한 것에 힌트가 있다.
“고생할 때도 있지만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 때 성취감이 크다. 첫 번째는 앞서 말해듯 제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다. 그 이유가 크다. 그 다음은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시는 거다. 예를 들어 우연히 만난 분들이 작품을 너무 잘 봤다고, 혹은 어떻게 봤다고 이야기해주실 때 그런 감정들이 생긴다.”
갓 입문한 새내기 후배와 내공 가득한 선배들 사이, 홍종현은 과연 어떤 선배, 어떤 후배가 되고 싶을까. 우선 롤모델은 차승원과 강동원이다. 아무래도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한 1, 2세대의 대표주자이기 때문에 두 사람처럼 오래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그러면서 “아마 모델을 했던 사람들은 그 두 분을 선택할 거다”라고 존경심을 내비쳤다.
최근 눈에 들어오는 후배는 같이 ‘왕은 사랑한다’에서 호흡을 맞춘 기도훈이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는데 또 아이 같고 순수한 면도 있다고. 그런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면 잘 될 것 같다는 덕담도 덧붙였다.
지금까지 10년, 그리고 또 앞으로 10년을 더한 20주년의 홍종현은 어떤 모습일까. 그 때가 되면 나이의 앞자리수도 달라진다. 20대를 벗어나 30대가 되는 것. 홍종현은 20주년에서 달라질 점과 그럼에도 변치 않기를 바라는 점을 동시에 꼽았다.
“막연하게 생각하면 더 잘하고 더 좋은 배우다. 일단 지금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에 20대를 보내고 있다. 30대는 조금 더 깊이가 생긴 연기를 해보고 싶어서 그런 쪽으로 접근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저를 봐주시는 분들, 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여전히 이 일을 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