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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재테크지도]"대외변수 취약하고 디폴트 위험...무분별한 '고수익 사냥' 자제해야"

<하> 투기 늪이 된 베네수엘라

S&P, 사실상 디폴트 선언

베네수엘라 석유기업에 투자한

골드만삭스 매일 1,000만弗 손실

환율·정치·사회 구조 등 고려

금리 하락 예상 국가에 투자를

인니·印·페루·콜롬비아 등 주목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채권에 지금 투자해도 될까요?”


지난 7월 국내 한 증권사 강남 지역 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베네수엘라 투자 문의에 당황했다. 국가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던 만큼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하지만 수익률 사냥에 나선 자산가들의 눈은 베네수엘라에 이미 꽂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 채권을 약 28억달러(한화 약 3조원)어치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손’들은 확신을 가지기도 했다. 특히 “국채 할인 폭이 크다” “향후 국채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은 투자 열기를 부추겼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4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졌다”며 베네수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CC’에서 ‘C’로 강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4일 베네수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CC에서 SD로 낮춰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했다. 골드만삭스는 헐값에 뒤통수를 맞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일 채무 재조정안을 발표하며 골드만삭스는 하루마다 1,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채무 재조정안의 실패는 디폴트다. 골드만삭스는 투기의 늪에 빠진 셈이다.

최근 주요 증권사가 오는 2018년 전망 리포트를 통해 내년에도 ‘멕·러·브(멕시코·러시아·브라질)’로 대표되는 신흥국 채권 시장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진국 대비 신흥국 채권의 강세가 예상된다”며 “외화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브라질·러시아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은 더 이상 브라질이 아니다. 최근에는 터키·베네수엘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2의 멕러브를 찾는다. 온라인에서도 ‘고금리·고위험 국가’에 대한 정보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저금리에 지친 자산가들은 신규 투자처에 목이 마르다. 브라질 투자 수익률이 최근 반 토막 나면서 새로운 국가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채권 투자가 2018년에는 선진국에 비해 유망하다”면서도 “본인의 투자 성향을 고려해 안정성이 중요한 투자자는 아시아 신흥국, 수익성이 중요한 투자자는 중남미 지역 국가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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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표를 보면 아시아의 국가 펀더멘털이 좋다. 2015~2017년 신흥국 주요국가 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아시아 평균이 5.6%에 달하지만 남미·동유럽은 각각 1.8%, 2.2%에 불과했다. 국가별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남미·동유럽이 10bp를 훌쩍 뛰어넘는 데 비해 아시아는 74bp로 낮다. 반면 올해 로컬 국채수익률을 보면 중남미 지역이 17.2%로 아시아(7%), 유럽(14.3%)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전문가들은 투자성향에 맞는 지역 중 환율·정치·사회구조 등을 고려해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국가에 투자를 권한다. 아시아에서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인도·말레이시아 등이다. 안 연구원은 인도네시아에 대해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수출이 원자재 가격 안정 기대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정부 재정확대 기조도 2019년 대선 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에 대해서도 “최근 재정적자 부담이 반영돼 단기 조정세가 예상되지만 견고한 수출 및 소비 증가로 중장기적으로 하락 전환을 전망한다”며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구조 개혁 및 국영자산 매각 노력이 가시화할 경우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브라질이 가장 유망하지만 그 외에도 페루·콜롬비아도 주목할 만하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페루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올해 3%, 내년 4.4%로 예상되며 올해 상반기 구리 가격 상승과 금리 인하 영향으로 민간 투자 지출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10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으며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추가적으로 50bp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흥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차익만 노린 단기 투자는 위험하다. 실제로 최근 증권사 지점에 문의가 잦은 국가 중 하나인 터키의 경우 대표적인 고위험 국가다. NH투자증권은 13일 ‘터키 탐방기’ 보고서를 통해 “터키 로컬 채권 시장진입은 시기상조임”을 명확히 했다. 직접 터키를 방문한 신 연구원은 “올해 대통령 중심제로 변화를 위한 국민투표가 통과한 후 터키 로컬 채권 시장이 다시 급격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아직 법치국가로 제도를 정비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글로벌 환경이 변화할 때 터키 경제는 언제든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채권 투자도 장기투자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정호웅 미래에셋대우 WM은 “국내 90%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 채권과 달리 다른 신흥국 채권은 매매차익·환차익에 따른 세금 등 신경 쓸 요인이 많다”며 “채권을 샀을 당시 환율과 비교해 환율이 높으면 원화로 받고 낮으면 재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장기 투자해야 하며 포트폴리오를 잘 갖춘 이머징국가와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글로벌 하이일드채권이 좋은 대안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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