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사장단 및 자회사 대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오너 3세’인 정기선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경영일선에 나서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정 부사장은 이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에 올라 안광헌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된다.
정 부사장은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에 대리로 입사,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에 복귀해 2015년 1월 상무, 2016년 1월 전무로 승진한 뒤 재입사 4년여 만에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선박영업부문장과 기획실 부실장을 맡은 정 부사장은 CEO로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황을 거듭하던 2014년 현대중공업의 사장으로 키를 잡고 회사를 제 궤도로 올린 권 부회장은 앞으로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가칭) 대표로 내정돼 현대중공업그룹의 마지막 능선인 지주회사 전환에 마침표를 찍는 중책을 맡게 됐다. 지주회사 대표로 새로운 미래사업 발굴과 그룹의 재무와 사업재편, 대외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권 부회장의 이동으로 그룹의 대표회사인 현대중공업은 강환구 대표 단독체제로 운영, 책임경영이 강화된다.
현대중공업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사업을 줄이고 계열사별 전문성을 강화한 사업분할을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존속법인·조선·해양·엔진사업)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지주회사) 등 4개 회사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사업분할로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로보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로 지배구조가 변경됐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따라 순환출자 고리는 2년 내(2019년 3월)에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주 대표로 내정된 권 부회장은 그룹 전반을 총괄해 지주사 전환을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로보틱스는 빠른 시일 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윤종근 현대로보틱스 사장은 권 부회장에게 대표 자리를 양보하고 사업대표 직함으로 경영일선을 챙길 예정이다.
또 이날 인사에서는 주영걸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의 대표와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가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계열 자회사 대표의 교체도 함께 단행됐다. 강철호 현대건설기계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대표에 내정됐다. 정명림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 후 현대중공업모스 대표를 맡았다.
한편 한국 조선업의 ‘산증인’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이번 인사로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 자문역으로서 회사에 대한 헌신을 이어간다. 197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최 회장은 1984년 상무로 승진했고 현대삼호중공업의 전신인 한라중공업 사장과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역임한뒤 2009년 현대중공업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하지만 2014년 조선업 위기 극복을 위해 다시 현대중공업 회장으로 돌아와 경영정상화에 온 힘을 쏟아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주물량 감소로 일감절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위기를 적극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경영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며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새 경영진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사업계획을 수립해 현대중공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