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 500대 기업|현대모비스, 올 60억 달러 해외 수주 달성한다

12위 현대모비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가 올해 포춘코리아500 랭킹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과 같은 순위다. ‘당기순이익 기준 이익성과가 좋은 기업’ 부문에선 전년보다 2계단 오른 4위에 랭크됐다. 포춘코리아500 조사를 진행한 서울대 경영연구소는 현대모비스에 대해 국내외에서 고사양 차종에 대한 부품 공급이 증가하고, 글로벌 시장 부품 판매가가 호조를 보여 매출이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포춘코리아가 현대모비스의 성장 비결을 살펴봤다.





현대모비스 북미법인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부품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현대모비스 북미법인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부품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올 들어 중국과 북미 시장에서 잇달아 수주 성과를 올렸다.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판로 개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중국과 미국에서 48억 달러(약 5조4,240억 원) 규모의 부품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10억 달러)보다 5배 가까이 많은 성과를 불과 8개월 만에 달성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부터 올린 수주 실적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대한 매출 비중을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올해 전체 수주 목표는 60억 달러).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수주에 성공하려면 기술 외에도 안정된 품질 관리 시스템, 기업 간 상호 신뢰 같은 여러 요소들이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연구개발 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자동차 산업 트렌드를 더 면밀하게 분석해 글로벌 완성차 회사를 대상으로 수주 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올해 수주에서 특히 의미 있는 부분은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 지리자동차와 체결한 신규 계약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리자동차가 소유한 볼보자동차의 중국 내 생산 차종에 오디오앰프를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가 해외시장에서 오디오앰프를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용 음향 장비 분야는 이미 글로벌 전문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현대모비스가 그 벽을 극복하고 수주에 성공했다.

오디오앰프는 차량 내 오디오 시스템을 총괄하는 기기로, 소위 ‘감성 부품’ 중 하나로 불린다. 오디오앰프는 전기신호를 사운드로 증폭시키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블루투스, 라디오, CD, DMB 같은 음향소스에 따라 스피커로 신호를 보내는 등 사운드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오디오앰프는 미래 수요가 높은 부품이다. 시장 조사기관 IHS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차량용 프리미엄 오디오앰프 시장은 지난 2015년 기준 약 10억 달러 규모로, 오는 2021년까지 연평균 5% 이상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현대모비스가 자체적으로 중국 내 판로를 넓힌 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현대모비스는 또 다른 중국 완성차 회사에 전자식주차 브레이크(EPB)와 리어콤비네이션램프(Rear Combination Lamp)를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나 합자회사를 대상으로 수주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지역에선 미국 자동차 업체에 픽업트럭용 섀시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모비스가 픽업트럭용 섀시 모듈을 납품하게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픽업트럭은 주로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에서 팔리는 차종이다. 픽업트럭은 대개 5인승 정도의 앞 좌석과 짐을 실을 수 있는 뒷부분 적재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적재함에는 무거운 짐을 싣는 경우가 많아 차체 하부 뼈대를 구성하는 섀시 모듈의 내구성과 강성 등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시장 납품에 성공했다는 건 그만큼 자동차부품 회사로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섀시 모듈은 다른 부품에 비해 단가가 비싸 매출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6년부터 미국 완성차 메이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3종에 섀시 모듈을 공급해 기술력과 품질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장치를 조작하는 전장부품 ICS(통합형 스위치 모듈, Intergrated Center Stack)와 DCSD(독립형 통합디스플레이, Disassociated Center Stack Display)도 추가로 수주했다. 이 부품들은 각각 지난 2011년과 2016년부터 북미 완성차 업체 두 곳에 공급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전장부품이다. 올해 추가 수주로 부품 공급 기간을 늘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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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모습.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모습.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관행상, 핵심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인정받으면 향후 다른 부품 군으로도 추가 수주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양산부품에 대한 혹독한 평가 시스템과 현지 품질센터를 운영하는 등 완성차 고객들과의 긴밀한 협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현대모비스는 올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인 GM과 FCA로부터 우수협력사로 선정될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GM에 ICS를, FCA에 리어콤비네이션램프를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모비스는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과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동차 본고장인 북미시장에서 현대모비스 핵심부품의 품질이 인정받은 것”이라며 “글로벌 생산 품질 체계를 공고히 구축해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 등으로도 수주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자동차 부품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각국의 연비 규제, 기술 혁신, 소비자 선택 변화의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가 예상하고 있는 2016~2025년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1%다. 친환경차의 질주가 탄력을 받으면서 현대모비스의 친환경차 부품 공급량도 증가하고 있다. 현대 모비스는 친환경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독자 기술로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부품은 구동모터, 배터리시스템(BSA), 수소공급장치와 연료전지통합모듈 등이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친환경차에 공급한 이들 부품은 총 12만 8,450대 분으로 2015년보다 80% 증가했다.

친환경차 시장에선 양산 부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의 중간 단계로,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별도 구동모터를 쓰지 않고 배터리와 시동발전기 등의 시스템만 개선해 기존 내연 차량보다 연비를 15% 정도 향상시킨 기술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장은 기존 하이브리드카의 복잡한 시스템보다 기술 접근성이 용이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적용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 있는 전파무향실 모습. 텔레매틱스, 커넥티비티, 스마트키, 각종 센서 등 자동차 부품의 전자파에 대한 내성을 평가하는 곳이다.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 있는 전파무향실 모습. 텔레매틱스, 커넥티비티, 스마트키, 각종 센서 등 자동차 부품의 전자파에 대한 내성을 평가하는 곳이다.





친환경차에 적합한 인휠 시스템도 한창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인휠은 차량 네 바퀴 안에 구동모터와 제동 장치를 각각 장착해 독립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보통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엔진에서 나오는 동력을 앞뒤 바퀴로 전달하려면 여러 장치들을 거쳐야 하는데, 인휠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 거의 없다. 기존 동력전달 장치가 생략돼 연비가 향상된다는 얘기다. 4륜 구동화가 용이해 빗길과 눈길 주행 성능에서도 큰 장점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소형 전기차 등에 인휠 시스템을 탑재해 신뢰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양산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 밖에도 전기요금이 싼 심야 시간대에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력 수요가 많은 주간에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전력 회사에 판매할 수 있는 양방향 충전기도 개발하고 있다. 이는 V2G(차량과 전력망 연결)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기술 개발과 실증 과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외에도 현대모비스는 2015년 말 국내 최초,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친환경차 전용 차세대 통합형 회생제동 브레이크시스템(i-MEB)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회생제동은 차량이 멈출 때 손실되는 운동에너지를 활용해 모터를 돌리고 배터리를 충전하는 친환경차용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브레이크 시스템에 비해 에너지 손실률이 70%까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해외 완성차 메이커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사업 확대와 친환경차 부품 개발은 글로벌 톱 자동차 부품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성취해야 할 중점 추진 과제”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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