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을 늘 지지하는 국민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정규직화 정책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도 나오지 않은 채 너무나도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심히 걱정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 정규직화에 대한 우려의 글 하나가 올라와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은 지난 4일 등록돼 14일까지 9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물론 청와대가 공식적인 답변을 하기로 한 기준점(20만명 이상 동의)에 모자라지만 현 정권의 지지자조차 일방적인 정규직화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주목을 받고 있다.
청원자는 200자 원고지 16장 분량에 달하는 장문의 글에서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정규직화는 계약직이라 늘 고용이 불안정하고 인간답지 못한 처우를 받는 사람들의 고용을 안정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엄연한 임용·공채시험이 있음에도 기간제 교사들이 정규직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단순하게 서류를 내고 얼굴 한 번 보여주는 면접을 보고 들어온 공공기관 보조인력까지 비정규직이 서럽다며 정규직을 요구하는 등 너무나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자가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노력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진다는 사회 규율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과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 취업준비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청원자는 “명예를 얻고 연봉을 더 받기 위해 우리는 노력을 해야 하고 소위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그에 맞는 채용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사연을 들으면 모두 도와주고 싶지만 이를 위해 공감대를 깨뜨린다면 사회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원자는 “대다수의 국민도 무분별한 정규직화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단체행동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정규직화라는 ‘이벤트성 정책’으로 몇 년간 취업문이 좁아져 취준생들에게는 더 가혹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며 “취준생도 국민이므로 이들도 합의하는, 대다수의 국민이 동의하는 정책을 부디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정규직화에 따른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1만명을 연내 정규직화하겠다고 선언한 후 관련 용역업체가 네 차례에 걸쳐 1,012명을 채용했는데 용역업체 친인척과 지인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처우가 좋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을 노리고 용역업체가 부랴부랴 친인척을 채용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인천공항공사 노조가 내부게시판에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를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공개채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청원자의 지적처럼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 부문 20만명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존 정규직과 전환된 정규직의 처우를 어떤 식으로 구분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으며 신규 채용 축소 우려에 대한 해명도 제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