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실’ 속 도경수가 목에 새긴 타투의 문구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건 헛수고다’란 라틴어이다.
15일 개봉한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각자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신하균)과 청년(도경수),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 생존극을 그린 영화다.
도경수가 맡은 DVD방 알바생 ‘태정’은 뮤지션이라는 꿈이 있지만 학자금 부채만 1,800만원에 핸드폰도 끊기기 직전, 밀린 알바비 200만원까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막막한 현실에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청년.
도경수는 갑갑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태정’을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헤어스타일부터 의상, 욕설, 타투까지.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출구 없는 현실 청춘의 이미지를 스크린에 불러낸다.
‘태정’의 모습 속엔 도경수의 아이디어가 상당부분 반영됐다. 이에 대해 이용승 감독은 “경수씨가 최대한 자기 옷을 맞춰서 연기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중에서 도경수 씨(태정)는 작곡가를 꿈꾸는 20대 친구로 나온다. 현재 경수씨와 ‘음악’이란 공통분모가 있다. 이 친구는 어디서 살았을 것 같다. 어떤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했을 것 같다. 의상이든 타투든 도경수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들어갔다. 경수씨가 태정의 환경이든 심리에 최대한 몰입해서 들어갈 수 있었음 했다.”
이용승 감독은 태정이 ‘음악’이란 꿈이 있으면 좋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잡았다. 도경수는 직접 고른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건 헛수고다’는 의미의 타투 문구를 통해 ‘태정’ 캐릭터만의 개성을 완성했다. 도경수가 직접 고른 타투 문구에 대해 이 감독은 “태정이 할 것 같은 문구이다”고 자신했다.
“거의 A4 3페이지 분량의 100개 이상의 문구를 후보군에 놨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등 여러 가지 문구가 많았다. 그 중에서 선택한 문구이다.”
이번 작품에서 신하균은 ‘애드리브’를 많이 시도했다고 전했다. 특히 신하균과 도경수가 싸우는 장면, 피자 먹으면서 치는 대사 등은 보다 열려 있는 상태에서 대사가 나온 케이스이다.
이에 대해 이용승 감독은 “현장에서 감독의 디렉션이라기 보다는 편하게 열어주는 편인데, 그걸 본 다음에 조금씩 고쳐가는 편이다. 그런데 배우들이 모두 범위 내에서 중앙을 해주시니까 크게 고쳐갈 필요가 없었다”고 전했다.
‘7호실’에선 연극 베이스에서 시작해 영화 배우로 성장한 신하균, 아이돌 ‘엑소’ 멤버에서 영화 연기에 도전한 도경수, 영화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활동중인 김동영이란 비슷하지만 다른 세명의 배우를 만날 수 있다. 감독은 각 배우가 최대한 잘 할 수 있는 점을 간파하고 능력치를 끌어냈다. 도경수의 연기가 돋보인 점은 배우 자체의 노력도 있지만 감독의 공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정작 감독은 “경수씨의 연기 잠재력을 끌어내주기 위해 특별히 한 건 없다. 최대한 배우가 불편하게 만들지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고 거기서 맘껏 연기를 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에피소드를 꺼내놓기도 했다. “제가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건 아닌데, 한 두마디 할 때 허술한(?) 느낌이 있어서 도와주려고 한 듯 하다. ‘조금만 웃어주시면 낫지 않을까요.’란 말을 드리면 바로 바로 배우분들이 캐치하신다. 조용 조용 이야기하는 편인데, 감독이 권위적이지 않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용승 감독은 ‘7호실’을 통해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두식과 태정이 결단을 내리는 것 역시 용기이고, 교감 선생님이 가게를 차리는 것 역시 용기이다.
“이 영화에서 ‘용기’ 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제일 많이 했던 질문이 이들이 ‘나갈 건가’ 남을 건인가‘ 이다. 아무리 가지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그런 환경 속에서 두식이 좀 더 용기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태정은 어땠을까. DVD방을 일찍 나갔으면 어땠을까? 란 생각을 해본다. 태정이 마약을 버리는 것이 결단에서 나오는 행동이길 바랐다. 두식 같은 경우 역시 용기와 결단의 시간이 찾아오길 원했다.
이 친구들이 용기가 있었으면... 현재 시스템에 환멸을 느껴도, 이 곳에서 나갈 용기가 없으니까 머무르는 것 아닌가. 예전엔 ‘남을 것이다’는 쪽에 기울였다면, 이젠 ‘나갈 것이다’는 쪽에 한표를 던진다. 주변을 의식하고 이 상황에 휩쓸리기 보다는 도덕적인 용기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조금 더 사람 가치를 올리는 일이다. 먹고 사는 문제만 필요한 게 아니다.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