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군부에 의해 가택 연금된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사퇴 압박에 저항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짐바브웨 대통령이 영부인인 그레이스 여사, 2명의 측근들과 함께 대통령직을 끝까지 인수하겠다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중재에 나선 피델리스 무코노리 카톨릭 신부가 무가베 대통령에게 자발적 사임을 설득했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자신이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라며 임기 끝까지 직을 수행하겠다며 저항했다.
극심한 경제난에도 무가베 대통령이 호화스러운 생활을 일삼고 그레이스 여사에 직을 물려주려고 하자 군부는 지난 14일 무가베의 측근 무코노리 신부를 통해 사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가베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자 콘스탄틴 치웬가 군사령관이 사실상의 쿠데타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전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과도정부의 지도자는 최근 쫓겨난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맡을 전망이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무가베 대통령과 함께 1980년 짐바브웨 독립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무가베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 평가받던 그를 지난 6일 경질했다. 그레이스 여사는 부통령 경질 발표 하루 전 무가베 대통령에게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하도록 요청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 논란을 빚었다. 이후 음난가그와 부통령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그의 최측근인 치웬가 사령관은 앞서 쿠데타를 경고하고 나섰다.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소식통은 더타임스에 “무가베에 의해 해임돼 망명한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군부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망명 중인 야당 지도자 모건 창기라이와 통합정부 구성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민주변화동맹(MDC) 대표인 창기라이는 무가베 대통령을 상대로 세 차례 대권에 도전했다가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