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발을 중단한 지 60일을 넘어서면서 북미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1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개발·수출 중단’이라는 3대 대화 조건을 제시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기존 원칙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미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로 향하는 공군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기만 한다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외교적인 틀 내에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또다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미국이 최근 북한의 도발 중단을 섣불리 긍정 신호로 해석하지 않으려는 신중함 또한 감지된다.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7일 “북한이 영영 도발을 중단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그들로부터 도발 중단에 대한 소통이 없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할지, 말지 모르겠다”며 긍정 평가를 유보했다.
윤 특별대표와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이날 방북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이 시점에 상당히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윤 특별대표는 “중국 특사가 (비핵화) 목표를 진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초점은 쑹타오 방북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모아진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집권 이후 북중 간 고위층 접촉을 꺼려왔던 시 주석이 대북특사를 파견한 만큼 북핵 해법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쑹 부장은 명분상으로는 지난달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결과 설명 차원의 방북이지만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인 ‘북한 핵·미사일 문제’ 논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소식통들 역시 쑹 부장이 양국 간 ‘당 대 당’ 채널인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과 만난 뒤 주요 고위층과 회동을 거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실제 이날 쑹 부장은 평양 공항에서 리창근 북한 노동당 국제부부 부부장의 영접을 받은 후 핵심 실세로 꼽히는 최룡해 당 부위원장과 회동하며 방북 일정에 돌입했다. 쑹 부장은 그동안 북중 간 교류 경험에 비춰볼 때 귀국하기 전날인 19일께 김 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박효정기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