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문화 속에서 자랐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미국 연방의회에 진출하면 한국계 의원으로 당당히 활동할 것입니다.”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매사추세츠주 제3선거구 연방하원의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대니얼 고(33) 전 보스턴시장 비서실장은 18일(현지시간) “이민자 출신의 ‘코리안 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으로 미 전역에서 한국 동포들의 많은 지원을 기대한다”며 다부지게 포부를 밝혔다.
고 전 실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현직인 니키 송가스 하원의원이 내년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데다 마틴 월시 보스턴시장의 적극적 지지를 업어 내년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매사추세츠주는 전통의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서 민주당 후보로 뽑히면 사실상 하원의원 당선을 예약하게 된다. 그가 연방하원의원에 선출되면 지난 1992년 당선돼 3연임을 했던 김창준 전 의원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한국계 연방의원으로 새 역사를 쓰게 된다.
고 전 실장은 뉴욕 맨해튼에서 서울경제신문 등 일부 언론사 특파원들을 만나 “아버지 고향인 제주도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면서 “제주에 두 차례 갔는데 해녀 등 강인한 여성들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차관보를 지낸 고경주 전 하버드대 교수로 미 국무부 인권 담당 차관보를 지낸 고홍주 전 예일대 로스쿨 학장의 형이다. 조부 역시 장면 정부에서 주미 전권공사를 지낸 고(故) 고광림 박사로 할머니는 전혜성 전 예일대 교수다.
고 전 실장의 외가는 레바논계로 외조부가 이비인후과 의사를 하는 등 친가와 외가 모두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성공한 이민자 가정이다. 4년 넘게 요직인 보스턴시장 비서실장을 지내다 올해 8월 말 사퇴 후 하원의원 후보로 뜻을 세운 데 대해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아메리칸 드림’이 더 이상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시민들이 다시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꿈을 지키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원의원에 당선되면 인공지능(AI) 시대에 유권자들의 일자리 문제와 지역구의 도로 등 인프라 확장, 빅데이터를 활용한 행정 효율화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한국이 인프라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에도 앞서 있어 도움을 얻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고 전 실장은 대학 시절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인턴으로 일하다 유명 컨설팅 회사인 부즈&앨런을 거친 뒤 언론사인 허핑턴포스트에서도 2~3년 경력을 쌓는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젊은 정치인’이라는 강점이 있다. 여기에 보스턴시장 비서실장으로 8,000여명의 공무원들과 일하며 한 해 30억달러가 넘는 예산을 관리한 경험 등으로 7명의 후보가 뛰어든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선거자금 모금 순위 선두를 달려 보스턴글로브 등 현지 언론들이 그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고 전 실장은 “연방하원의원으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되면 생활이 어려운 한인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며 “북핵 문제도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를 견제하면서 중국이 실질적으로 북한을 바뀌게 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