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술은 어른에게 배워라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이사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이자 광기의 신이기도 하다. 디오니소스의 방랑과 광기는 어쩌면 술이 가진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설탕·소금·커피 등 모든 음식이 그렇듯 술에도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적당한 음주는 혈액순환에 좋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된다. 하지만 과도한 음주는 건강뿐 아니라 인간관계, 때로는 인생의 모든 것을 앗아갈 만큼 무섭다. 평소에는 점잖고 멀쩡한 사람이 술을 마신 후 돌변하는 경우도 많다.


즐기려고 마신 술에 거꾸로 먹히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과음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억눌려 왔던 감정이 폭발했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는 제대로 된 음주 문화를 배우지 못한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 며칠 뒤면 수능이다. 내년이면 만 19세가 되는 아이들은 그동안 공부로 인해 뒷전으로 미뤄뒀던 온갖 유흥에 눈길이 가기도 할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친구들끼리 어울려 술을 접하기 전에 먼저 부모가 주도와 주법에 대해서 가르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문화에서는 예로부터 술은 어른에게 배우라고 했다. 아이의 인생을 논하고 앞날을 축복하는 자리에서 부모가 철학을 갖고 술에 대해 가르쳐라. 그렇게 부모에게 제대로 술을 배운 아이는 절대 술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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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대하는 마음도 중요하다. 슬프고 힘든 순간 술 한잔의 위로가 생각나기도 할 게다. 그러나 마음이 좋지 않을 때는 차라리 운동이나 산책을 해라. 술은 기쁠 때 기분 좋게 마셔야 한다.

무엇보다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절제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전통 음주문화에서도 술을 마실 때 가장 강조했던 덕목은 절제였다. 술자리에서의 태도를 보고 그 사람의 성품을 판단할 수 있다고 여기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수능을 본 아이들은 이제 대학으로 또 사회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이 아이들이 부모나 평소 존경하는 어른에게 올바른 주도를 배워 좋은 음주 습관을 지닌 어른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회에 나가기 전에 건전하게 술을 즐기는 태도를 배운 아이들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술자리를 통한 관계 개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적당한 분위기 속에서 다른 사람과 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배려하기 위해 절제 속에서 술을 건강하게 즐길 줄 아는 과유불급의 주도 철학을 배운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술 문화를 주도하기 바란다. 그리해 술 한잔이 주는 진정한 기쁨을 제대로 맛볼 수 있기를, 진짜 인생의 즐거움을 아는 멋진 어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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