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성 자기결정권 vs 태아 생명권, 뭐가 먼저일까요?

['베댓' 읽는 남녀-1화]

핫한 '낙태죄 폐지' 청와대 청원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베스트 댓글' 뜯어보기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울경제썸의 ‘베댓(베스트 댓글) 읽는 남녀’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 등에서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를 발견, 재기발랄한 댓글들을 모아 소개하고자 뭉쳤어요. 팩트체크와 부연설명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 이 코너의 핵심 취지랍니다.


오늘 저희는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지난 한달 간 23만 명 넘는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은 글 하나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낙태죄 폐지 청원’인데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극단적인 두 주장이 부딪히며, 온라인 상에서 굉장히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내용입니다.

사람들은 과연 ‘낙태죄 폐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저희를 따라 일명 ‘베스트 댓글(베댓)’을 하나씩 읽어내려가 보겠습니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낙태죄 폐지 결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낙태죄 폐지 결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낙태죄 폐지 ‘찬성·반대’ 공방

무려 3,400개의 공감을 받은 ‘베댓’이 있습니다. ‘여자뿐만 아니라 같이 일 저지른 남자에게도 확실히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든가. (중략) 왜 모든 피해는 여자가 혼자 독박 쓰나. 아무도 반기지 않는 아이가 얼마나 행복하겠나. 아이한테도 엄마한테도 좋지 않다.’

남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댓글이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사실 지금 현행법으로도 남자에게 ‘낙태의 죄’를 물을 수 있긴 했습니다.

형법 31조 1항 ‘교사죄’를 적용해, 낙태를 권유하거나 강요한 남자도 고발이 된다면 여성과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2012년 확정된 대법원 판례까지 나와 있어 적지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다만 남자가 도망가버리면 속수무책이긴 합니다. 북미와 유럽 등 해외사례를 보니 ‘미혼부 책임법’이란 게 있더군요. 아기를 임신시킨 남자가 양육비를 외면할 경우 작게는 운전면허와 여권사용 정지에서부터 크게는 벌금과 구속, 잠적 시 지명수배까지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한다면 적어도 남자가 무책임하게 도망가버리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와는 달리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베댓’도 볼 수 있었습니다. ‘3개월에는 태아의 얼굴 윤곽이 나오고, 5개월에는 엄마와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고 한다. 쉽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댓글처럼 정말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주제임은 확실한데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해 논의가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학창시절 받았던 성교육만 떠올려봐도 선생님조차 부끄러워하거나 쉬쉬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 낙태 등 성 문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보수적이면서 정작 낙태율은 세계에서 ‘톱클레스’인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죠.



[베댓읽는남녀] 영상 캡처[베댓읽는남녀] 영상 캡처



■무조건 ‘낙태죄 폐지?’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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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베댓’을 살펴볼까요. ‘(폐지보다는) 낙태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편이 태아의 생명이든, 산모의 자기 결정권이든, 사회적으로든 유익할 것’ 이 부분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데요.

‘한국은 임신의 책임도 여성에게, 출산 후 육아 책임도 여성에게 부여하고 있으므로 낙태할 권리 역시 여성에게 있다’는 베댓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여성이 주장하듯 ‘임신의 책임’을 남성에게도 지게 하려는 것이라면 당연히 태아의 생명 역시 남성과 같이 상의해야 할 문제 아닐까요.

또한 ‘낙태를 합법화한다면, 아기를 낳고 싶은데도 남자친구가 낙태를 강요하는 상황도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낙태’를 악용해 연인 사이 협박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던데. 낙태죄를 없애더라도 이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꼭 논의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댓글은 ‘낙태는 무조건 안 된다, 하지 말고 법으로 몇 주까지만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었습니다. 저희도 가장 하고 싶은 말인데요. 해외에서는 낙태 관련해 우리나라보다 더 구체적인 법 조항을 마련해놓고 있었습니다.

현재 그리스, 독일,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는 ‘12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요. 스웨덴은 ‘18주’, 영국과 네덜란드는 ‘24주’까지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법적으로 낙태 허용 가능한 ‘개월 수’가 주마다 다 달랐는데요. 우리나라도 이런 구체화한 논의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몇주까지를 태아로 봐야 할까?몇주까지를 태아로 봐야 할까?


■과연 청와대의 입장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235,372명의 동의를 얻은 ‘낙태죄 폐지 청원’은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만 명이 넘으면 공식 답변을 내놓겠다는 청와대 방침에 따른 것이죠. 답변이 나온다면 ‘소년법 폐지 청원’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되겠습니다.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가지고 올까요.

이와는 별개로 지금 헌법재판소에서는 낙태죄에 대한 재심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는 지난 2012년 헌재에서 ‘합법’으로 결론이 난 사안인데요. 5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판결이 뒤집어질 수 있을까요. 만약 판결이 달라진다면 우리 사회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베댓읽는남녀] 영상 ▲바로보기▲


/강신우·정수현기자, 임우철 인턴기자 seen@sedaily.com

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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