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누가 더 깝깝허까이

박성우 作

2215A38 수욜




강원도 산골 어디서 어지간히 부렸다던 암소를


철산양반이 단단히 값을 쳐주고 사왔다

한데 사달이 났다 워워 핫따매 워워랑께,

내나 같은 말일 것 같은데


일소가 아랫녘 말을 통 알아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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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미 어찌야 쓰까이, 일소는 일소대로 갑갑하고

철산양반은 철산양반대로 속이 터진다

일소를 판 원주인에게 전화를 넣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저번참과 똑같단다

그 소, 날래 일 잘했드래요

척 보니, 못 알아듣는 게 아니구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거네유. 맴이 나빠서가 아니유. 서럽구 그리운 거유. 어지간히 부렸다믄서 전 주인이 팔아먹었으니 서럽구, 비얄밭 갈면서 무른 뼈 굳은 강원도 산천이 그리운 거라. 짐승이야 말귀보다 눈친데 그 까짓 워워, 이럇! 전라도 사투리 모를까. 고삐만 당기지 말고 맴을 살살 당겨 봐유. 쇠죽에 강원도 감자 듬뿍 넣어 주다가 차츰 전라도 고구마로 바꿔 봐유. 입맛 따라 정든다니까. 윽박지르지 말고 쓰다듬어 줘유. 맴 가는 데로 몸 간다니까. 일소야, 너두 자꾸 일 안 하고 버티면 위험햐. 요즘 젊은 소도 직장 댕기는 소가 흔치 않다. 덜컥 소 장수 부르면 워쩔껴. 전라도 땅이야 무르고 판판해서 을매나 좋으냐. 운동하는 셈 치구 일 햐. 나이 들수록 근력이 필요하댜. 로마 소가 말했댜. ‘카르페 디엠!’ 어제는 잊고 오늘에 정 붙여. 철산양반 안달복달하는 거 보니 착한 양반이여.<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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