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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처럼 싸움닭처럼…‘우리흥’ 전성시대

챔스 도르트문트 원정 결승골로 토트넘에 조 1위, 감독에 100승 선물

패스 성공률 95%, BBC 선정 경기 MVP로도 뽑혀

대표팀·소속팀서 투톱 날개 달고 펄펄, 기복도 사라져

도르트문트전 10경기 8골 ‘양봉업자’, “그저 즐겁게 경기, 왜 강한지 나도 몰라”

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22일 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팀 동료 해리 케인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도르트문트=EPA연합뉴스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22일 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팀 동료 해리 케인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도르트문트=EPA연합뉴스


국내 축구 팬들은 손흥민(25·토트넘)을 ‘우리 흥’이라고 부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에게 애정과 친근함을 담은 ‘우리 형’ 별명을 붙인 것처럼 손흥민은 우리 ‘흥’이다. 호날두가 우상인 손흥민은 호날두와 비슷한 스타일로 골을 넣을 때면 ‘코리안 호날두’라 불리기도 한다.

대표팀에서 소속팀에서, 그야말로 안팎으로 ‘우리 흥 전성시대’다.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원정경기(2대1 토트넘 승) 뒤 영국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평점 8.3점을 받았다. 토트넘 에이스인 해리 케인은 7.8점, 델리 알리는 7.7점이었다. 양 팀 최고 평점. 손흥민이 이 사이트 평가에서 8점대를 받기는 올 시즌 들어 처음이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 경기 전인 21일에 “한국의 스타 손흥민은 지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로 손흥민의 가치를 집중 조명했고, 영국 BBC는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으며 “선발로 나섰을 때 최근 5경기에서 3골 2도움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8점대 평점과 MVP 선정 등이 당연한 맹활약이었다. 손흥민은 1대1로 맞선 후반 31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알리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수비 3명을 끌고 파고들다가 내준 공을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탁월한 위치 선정과 침착한 볼 트래핑, 반대편 골 포스트를 노리는 정확한 슈팅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진 완벽한 득점이었다. 지난 5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팰리스전 득점 이후 17일 만의 골 맛. 챔스 2호 골이자 정규리그 2골을 더한 시즌 4호 골이다. 득점뿐 아니라 동료들과의 좋은 호흡, 결정적인 패스, 끝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까지 뽐내며 손흥민은 90분 내내 견고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네 차례 슈팅 중 2개가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슈팅이었고, 한 차례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포함한 패스 성공률은 무려 95%였다.


정규리그에서 끌어올린 골 감각이 대표팀으로 이어지고, 대표팀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꿈의 무대’인 챔스에서 한 방을 터뜨리는 선순환이 국내 팬과 토트넘 팬들을 동시에 열광시키고 있다. 한 경기 잘하면 다음 경기는 다소 주춤하는 패턴도 최근 들어 옅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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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지난 5일 프리미어리그 통산 20골로 아시아 선수 역대 최다골 기록을 작성한 뒤 대표팀에 합류, 10일 콜롬비아와의 국내 평가전(2대1 승)에서 혼자 2골을 터뜨렸다. 1년1개월 만에 A매치 필드골을 넣으며 대표팀 에이스로서의 중압감을 털어낸 것. 이후 팀에 복귀해 지난 18일 아스널과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교체 멤버로 약 15분을 뛰며 여독을 푼 손흥민은 케인과 투톱을 이뤄 챔스 H조 1위를 지켜냈다. 대표팀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왼쪽 가슴의 대한축구협회 로고 속 호랑이를 매만진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는 팀 공격을 이끄는 싸움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토트넘 로고 속 동물이 바로 닭이다. “아직 배워가는 중”이라는 투톱 포지션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모두 꼭 맞는 옷처럼 잘 어울린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후 “왜 이렇게 도르트문트에 강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도르트문트 구단 직원들도 물어올 정도였다고. 손흥민은 지난 9월 챔스 1차전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시즌 첫 골을 넣는 등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을 포함해 프로 통산 도르트문트전 10경기 8골을 자랑하고 있다. 도르트문트의 상징이 꿀벌이라는 사실에서 착안해 국내 팬들은 손흥민을 ‘양봉업자’라고 부른다. 도르트문트는 이날 손흥민 봉쇄에 또다시 실패하면서 16강 희망이 사라졌다. 손흥민은 도르트문트에 유독 강한 이유에 대해 “도르트문트 홈구장은 정말 멋지다. 이곳에서 경기하는 게 즐겁다”며 “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자주 골을 넣는지는 나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토트넘은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와 독일의 자존심 도르트문트 등이 속한 ‘죽음의 조’에서 당당히 조 1위(4승1무·승점 13)를 확정했다. 16강 진출은 이미 이뤄놓은 뒤였다. 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의 결승골로 부임 후 100승(182경기)을 채웠다. 손흥민은 오는 26일 0시 웨스트브로미치전에서 시즌 5호 골을 노린다. 한편 호날두는 아포엘(키프로스) 원정에서 4대0이던 후반에 2골을 넣었다. 6대0으로 이긴 레알은 조 2위(2승1무1패·승점 7)로 16강행을 결정지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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