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사회적 책임투자 정착을 위한 자세

정삼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대학원장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유인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책임투자’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주요한 투자 잣대로 삼아 기업 활동을 강제하자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연기금의 기금운용을 평가하고 모니터링을 할 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인권·지배구조 영역에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투자를 제한하고 심지어 투자철회를 유도하게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미국의 유명 경제지 포춘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을 선정해 발표해오고 있다. 주주의 가치, 직원, 고객, 그리고 이미지, 혁신능력 등 다수 항목에 대한 분석을 통해 100개의 기업을 선정하는데 최근에 가장 존경 받는 기업순위 상위권에는 아마존, 구글, 그리고 애플 등의 정보기술(IT) 대형주들이 차지하고 있다.


존경 받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는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까. 흥미로운 것은 국내외 여러 학자들의 실증적 연구결과에 의하면 경제지나 기관이 발표하는 과거 데이터에 근거한 존경 받는 기업의 순위와 그 기업의 향후 실적, 다시 말해 미래의 주가 수익률과는 의미 있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시장 전체와 비교했을 때 존경 받는 기업군에 대한 투자가 크게 앞서지도 뒤지지도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시장은 그만큼 과거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미래의 정보 혹은 가능성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투자자 입장에서는 ‘존경 받는 기업’을 신경 쓰기보다는 ‘존경 받는 혹은 존경할 수 있는 기업인’이 누구인가를 고려하는 것이 미래의 투자 수익률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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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기업이라는 나무를 통해 수익, 즉 열매를 취한다. 그러나 대다수 투자자들의 목표는 돈 버는 것에 있기에 그들은 주로 결과에 관심이 있다. 나무에서 열린 열매가 얼마나 잘 익었는지 얼마나 비싼지 등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들은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기업을 발굴해 그들에 투자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들의 관심은 열매보다는 나무에 있는 것이다. 나무가 심어진 지역이 비옥한지 성장 속도는 어떤지 병충해에 약한 구조는 아닌지 등의 나무 자체에 관심을 갖는다.

사회책임투자는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고귀해서 일반적인 기업과 괴리가 있는 그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기업활동에서 투자 대상이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선택하는 것이고 이것만으로도 최소한 시장에 준하는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사회책임투자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강제적인 외부의 정책적 압력보다는 기업과 투자자 스스로의 준비와 노력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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