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재생에너지 자원 부족한 한국, 탈원전 정책 재고해야"

'노벨물리학상' 스티븐 추 전 美 에너지부 장관 특별강연

태양광·풍력 등 환경자원 부족

원전·화력발전 대체 시간 필요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하되

원전 글로벌 리더 강점 살려야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학과 정책의 중요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권욱기자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학과 정책의 중요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권욱기자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힘든 한국이 탈(脫)원전과 같은 급격한 에너지 정책으로 변화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69)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23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에너지포럼이 주최한 ‘미래 에너지 석학 초청 특별강연’에 연사로 나서 “에너지 정책은 경제발전과 대기오염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학과 정책의 중요성’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추 전 장관은 “한국과 일본·대만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차 늘려나가야 하지만 상당 기간 원전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오는 206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인데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한국은 30~40%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 전 장관은 그 이유로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태양광과 풍력 등 환경자원 부족을 꼽았다. 그는 “해상풍력의 경우 영국 인근 바다의 평균 시속이 초속 15m가 넘는 반면 한국은 7~8m에 불과하다”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원전과 화력발전을 대체할 정도로 성장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추 전 장관은 한국이 원전에 강점을 가진 만큼 이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산과 일정에 맞춰 원전을 꾸준히 건설한 한국은 원전기술에 관한 한 글로벌 리더”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해주면서 원전 리더십을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재고를 당부하면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려고 한다면 어떠한 과정과 절차를 밟아야 하는 지, 경제적인 측면과 건강 측면에서 어떤 것이 좋은지를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면서 “원전과 이해 관계가 없는 이들이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폭넓은 논의를 거쳐 에너지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1975년 이후 30년 동안 평균 기온이 1℃ 상승하고 온실가스의 4분의 3이 최근 65년 간 배출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온실가스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한편 교통·산업공정·빌딩·도시·농업 등 전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지 않는 한 매우 심각한 기후변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과학기술과 혁신이 해결책을 어느 정도 제시할 수 있으나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탄소(carbon-free) 에너지 사회로 전환을 이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부 정책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추 전 장관은 1997년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냉각·분리하는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친환경 미래 에너지 전문가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다. 노벨상 수상자로는 처음으로 미국 행정부에 입각한 추 전 장관은 재직 당시 오바마 정부의 정책 목표 중 하나인 그린에너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대체에너지 연구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미국 에너지 산업 부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퇴임 후에는 1987년부터 재직해온 스탠퍼드대로 복귀해 물리학과 석좌교수 겸 분자 및 세포생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성행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