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청룡영화상이 25일 오후 8시 45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시상식은 배우 김혜수와 이선균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올해 후보작들은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은 한국영화 22편, 감독 10명, 배우 30명이 명단에 올랐다. 2016년 10월 7일부터 2017년 10월 3일까지 개봉한 151편의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영화계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설문조사와 네티즌 투표 결과를 종합했으며, 시상은 총 18개 부문으로 진행됐다.
이날 최우수작품상의 주인공은 ‘택시운전사’였다. 후보로 오른 ‘남한산성’ ‘더 킹’ ‘박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제치고 영예를 차지했다. ‘택시운전사’의 제작사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는 “정말 기대를 안 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영화를 촬영하고 제작했을 때 본 많은 묘비명들 중에 작년에 돌아가신 분이신 것 같은데 ‘그 날 동지들과 함께하지 못한 아버지, 평생 함께 쉬소서’였다. 아픈 현대사에 대한 위로가 영화에 반영된 것 같다. ‘택시운전사’를 함께하신 모든 분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남녀주연상은 ‘택시운전사’의 송강호와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가 받았다. 송강호는 “나는 ‘택시운전사’로 그동안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오신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영화 개봉 후에 오히려 관객분들이 저희들에게 ‘애썼다’며 위로를 해주신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만큼 관객분들의 마음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기뻤다”며 “훌륭한 동료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든다. 사실 ‘택시운전사’가 정치, 역사를 뒤로하고 우리의 가슴 속의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트로피도, 관객수도 중요하지만 미안한 마음으로 ‘택시운전사’를 만들었다”며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들에게 애도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여우주연상 주인공 나문희는 “나는 오늘 마음을 비우고 와야지 생각했는데 욕심도 생겼다. 동료들도 많이 가고 나는 남아서 좋은 상을 받게 됐다”며 “나는 남아서 정말 열심히 하겠다. 요즘 후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자랑스럽다. 한국 영화배우들이 전세계 배우들 중에서 제일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김현석 감독, 이제훈 배우, 모든 스태프, 제작자들 모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나문희는 “나 할머니도 상을 받았다. 여러분 할머니들도 열심히 하셔서 다들 상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송강호는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로 ‘3천만 배우’라는 수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작품들로 누적관객 1억 명 이상을 달성했다. 지난 2007년 제28회 ‘우아한 세계’로, 2014년 제35회 ‘변호인’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로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청룡영화상에서 최고령 수상자로 등극했다.
감독상은 ‘아이 캔 스피크’의 김현석 감독이 영광을 안았다. 김현석 감독은 “나문희 선생님, 이제훈 씨 덕분에 상을 받았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우리들의 부채의식이 반영된 것 같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남우조연상은 ‘범죄도시’의 진선규에게 돌아갔다. 진선규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나 조선족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영화에서 위성락 역으로 실제 조선족이 아니냐고 오해 받은 사연에 해명, 분위기를 전환한 후 “우주에 있는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연기 하겠다”라고 말했다.
여우조연상은 ‘더 킹’의 김소진이 받았다. 김소진은 “나에게 좋은 기회와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며 “저희 ‘더 킹’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 한재림 감독, 많은 관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래의 한국영화를 이끌 신인상 중 남자신인상은 ‘형’의 도경수가 받았다. 이날 엑소 콘서트 준비로 시상식에 뒤늦게 참석한 도경수를 대신해 그와 친분이 있는 조인성이 대리 수상을 했다.
여자신인상은 ‘박열’의 최희서가 거머쥐었다. 최희서는 “이준익 감독님께 감사하다. 모든 스태프분들 얼굴과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억하겠다. 앞으로 배우로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캐릭터를 만나고 헤어질 텐데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 만큼은 내 마음 속에 영원히 담아놓고 싶다”는 말과 함께 감격에 젖어 울먹였다.
최희서는 앞서 올해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 영평상 신인여우상, 더 서울 어워즈 여우신인상에 이어 청룡영화상 여자신인상까지 휩쓸며 올해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등극, 오랜 무명의 설움을 떨쳐냈다.
이날 신인감독상은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현주 감독은 “이상희 배우가 없었다면 아마 이 영화가 진짜의 사랑처럼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상희 씨께 너무 감사하다. 저희 ‘연애담’은 ‘택시운전사’에 비하면 소수의 분들이 봐주셨는데, 저희 많은 스태프들이 다 신인으로 처음 장편으로 참여했다. 함께해준 스태프들 감사하다. 독립영화관 전용관도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날 시상식에서는 올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고인이 된 배우 김지영, 윤소정, 김영애, 김주혁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기 위해 차태현이 무대에 서서 “미처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큰 날벼락 같은 이별에 사실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행복했던 추억 간직하겠다. 누구보다 훌륭한 영화인들이셨음을 기억하겠다. 하늘에서 부디 아프지 마시고 평안하시길 빌겠다. 정말 많이 보고 싶다. 사랑해요 형(김주혁)”이라고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다관객상은 올해 누적관객수 1200만 명 이상을 모으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작 9위에 오른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차지했다. ‘택시운전사’ 제작사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는 “멋진 상을 받게 돼 기쁘다. 함께 한 멋진 분들이 떠오른다.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장훈 감독, 스태프들, 배급사, 마케팅 식구들 감사하다. 한국 관객들께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제38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 택시운전사
▲감독상: 김현석 감독(아이 캔 스피크)
▲남우주연상: 송강호(택시운전사)
▲여우주연상: 나문희(아이 캔 스피크)
▲남우조연상: 진선규(범죄도시)
▲여우조연상: 김소진(더 킹)
▲남자신인상: 도경수(형)
▲여자신인상: 최희서(박열)
▲신인감독상: 이현주 감독(연애담)
▲청정원 단편영화상: 대자보(곽은미 감독)
▲청정원 인기스타상: 나문희, 설경구, 조인성, 김수안
▲각본상: 황동혁(남한산성)
▲미술상: 이후경(군함도)
▲음악상: 조영욱(택시운전사)
▲편집상: 신민경(더 킹)
▲기술상: 권귀덕 무술감독(악녀)
▲촬영·조명상: 조형래, 박정우(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최다관객상: 택시운전사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